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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의 저주?…매출부진에 '임금반납, 매각추진설' 등 진통

등록 2017.02.21 17: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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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지난해 영업 종료 이후 193일 만의 영업 재개한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5일 오후 많은 쇼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350여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브랜드별 준비를 통해 기존 운영 브랜드 대부분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으로 지난 2015년 매출 6000억원의 두 배 가량인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해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2017.01.05.  photothink@newsis.com

면세점 따면 뭐하나 적자 투성이 '울상'
"경쟁력 갖춘 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듯"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면세점 사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독과점 사업을 막는다는 이유로 최근 정부에서 신규 시내면세점 면허를 추가로 내주면서 축배도 잠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기업들이 낮은 매출 등으로 심각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이들 업체들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새로운 캐시카우 모델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거듭된 악재로 '승자의 저주'를 떠올리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 두산, SM 등 지난해 면세점 2차 대전에서 최종 승자에 올랐던 업체들이 저조한 실적 등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지난달부터 임직원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했다.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자들도 이달부터 연 800% 수준인 상여금을 700%로 100% 자진해 줄이기로 했다. 직원들의 상여급 반납은 희망하는 자에 한해서 진행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가 열린 뒤 임원들이 먼저 급여 반납을 결정했고, 중간관리자 이상도 상여금 반납 형식으로 이에 동참한 것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상반기 17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전 직원을 상대로 한 회사 설명회 이후 동의서를 받아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자진 반납"이라며 "회사가 정상화 되면 반납한 상여금 전액을 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동대문에 선보인 두타면세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면세점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방한하는 유커마저 줄어든 탓이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104억원, 영업적자 160억원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은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70~80억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면세점을 오픈했을 당시 올해 연말까지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되는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로부터 두타면세점이 대가성으로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데다 실적 부진 영향으로 이천우 대표가 물러나고 두산 동현수 사장이 면세점 사업을 맡는 등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신세계DF가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함께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18일 오전 신세계 면세점이 들어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모습이다. 2016.12.18.  mangusta@newsis.com

 SM면세점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 규모가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면세점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모기업 하나투어 주가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여기에 면세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중소사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기업가치까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SM면세점이 관세청에 특허권을 반납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44년 역사의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도 경영 악화 등으로 매각 구설수에 올랐다.

 경영 악화가 이어지자 동화면세점에서 '사실 무근'이라는 해명을 밝혔으나 매각 가능성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화면세점이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은 동화면세점 최대주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호텔신라측에 경영권을 넘기고 모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나왔다.

 동화면세점은 김 회장이 41.66%, 부인 신정희씨가 21.58%, 아들 김한성씨가 7.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현금가로 계산할 경우에도 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돈을 갚으려고만 한다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충분히 갚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김 회장이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이 13곳까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 처분 대신 동화면세점 경영권 매각 및 포기 등의 방법을 통해 빌린 금액을 돌려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김기병 회장과 호텔신라 간에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서에 관련된 사안일 뿐이며 동화면세점의 경영상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면세점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점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과도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관광객에만 목을 맨 결과라며 단기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면세점들은 사업 안정화 국면에 진입하기 위해, 기존 영업점들은 시장 우위를 유지하게 위해 단기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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