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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병우가 웃었다…'민정수석 업무' 논리로 구속 모면

등록 2017.02.22 0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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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7.02.21.  bjko@newsis.com

"광범위한 민정수석 권한 어디까지" 다툼 여지 많아
 적극적 묵인 입증 필요한 직무유기 소명 실패한 듯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을 피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을 적용한 특검팀 구속영장 청구에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이 일단 '한판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업무 보좌' 등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고려했을 때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우 전 수석이 최씨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로까지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또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인 직무유기 또한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 이날 구속영장 기각 주요 이유가 됐다. 직무유기는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방조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묵인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찰 등의 방법으로 청와대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찍어냈다는 의혹 역시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법리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 권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데 대체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볼 것이냐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특검팀 관계자 역시 "우 전 수석 피의사실 중 직권남용 부분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각종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대응전략을 볼 수 있다.

 특검팀이 입수한 최씨와 우 전 수석 사이 인사 관련 파일도 영장심사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인사파일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 구속에 실패하면서 특검팀의 수사 마무리에 큰 '생채기'가 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대상인 우 전 수석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특검팀은 아쉬운 마무리를 해야할 상황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전후로 특검팀에서는 100% 자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법조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오히려 영장이 발부된다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판례를 새로 써야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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