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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명물 영어뮤지컬 '레미제라블'…기량 일취월장

등록 2017.02.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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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레미제라블

금천구 레미제라블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4일 오후 7시 금천구청 내 금나래아트홀은 몰려온 관객들로 떠들썩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금천구의 청소년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 공연을 보러온 학생과 학부모들은 저마다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이미 1주일 전에 객석 예약이 끝날 만큼 화제가 됐다. 각지에서 출연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금천구는 올해부터 지역간 장벽도 허물었다. 금천구 청소년을 우선 선발하면서도 경기도 광명과 안양 등 인근지역 청소년까지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고 그 결과 금천구 청소년 50%, 관외 청소년 50%로 진용이 갖춰졌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단원 모집에 250명이 넘게 지원했고 실기면접 등을 거쳐 무대에 오를 50명의 청소년들을 선발했다. 매번 단역을 맡았지만 3수 끝에 주연급 배역을 꿰찬 학생도 있었다.

 선발된 청소년들은 3개월간 영어·연기·발성·안무 등 기초과정부터 종합연기워크숍·개인연습·종합연습을 소화했고 마침내 이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공연을 앞둔 객석에 들어서자 무대 위 화면에선 출연자들의 개인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영상 축사를 통해 출연학생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격려했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됐다. 초반에는 음악을 잘못 틀거나 조명이 배우의 동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실수가 있었하지만 극 중반부로 갈수록 몸이 풀린 듯 노래와 대사,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혹시나 실수할까 가슴을 졸이던 관객들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며 본격적으로 공연을 즐기기 시작했다.

 학생배우들은 애절한 사랑 연기도 그럴듯하게 해내더니 집창촌 내 성매매 장면이나 저잣거리의 다소 농도 짙은 농담도 능숙하게 처리해 박수를 받았다.

【서울=뉴시스】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청소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2017.02.24. (사진=금천구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청소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2017.02.24. (사진=금천구청 제공)  [email protected]

 민중의 노래(the People's Song), 내일로(One Day More), 나 홀로(On My Own), 집으로(Bring Him Home) 등 귀에 익숙한 노래를 무리없이 소화해내자 관객들은 전율에 휩싸였다. 커튼콜 때 배우들이 민중의 노래를 우리말로 부르자 감동한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합창하기도 했다.

 장발장역을 맡은 노용원(안양예고 3학년)군은 "항상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내게 이번 스쿨에디션은 조금 더 근원적인 답에 다가가게 해준 것 같다"며 "누군가와 소통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사실이 너무 설렜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우리를 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어주신 선생님들, 금천구청 관계자들에게 너무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베르역을 맡은 고유진(안양예고 3학년)군은 "배우는 무대에서 배역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배역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쿨에디션은 자베르의 삶을 산 중요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에포닌역을 맡은 박민영(경복비지니스고 2학년)양은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으면서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점점 굳세고 단단해져서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기정 총감독은 "연습 중간 중간 학생들의 변해가는 모습들을 지켜봤다. 학생이었지만 연습에 임하는 모습은 프로였다"며 "앞으로 세상을 맞이할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에너지, 자신감 에너지,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사회에서 배우로 혹은 직장인으로 혹은 리더로 성장하는 데 좋은 열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공연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금천구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역연계형 뮤지컬스쿨 보조금을 지원받아 50억원 규모의 공공 뮤지컬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내년 말, 늦어도 내후년 초에는 소극장 등 뮤지컬 상설교육장·공연장이 금천구에 세워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청소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2017.02.24. (사진=금천구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영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청소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2017.02.24. (사진=금천구청 제공)  [email protected]

 또 금천구 등 인근 중학교 문예체 교과과정에 뮤지컬을 포함시켜 올해부터는 중학생들에게 뮤지컬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공권력의 힘을 상징하는 사람인 자베르는 결국 장발장을 바꾸지 못한다. 분노에 찬 민중들이 체제에 저항하는데 그래도 세상은 안 바뀐다는 게 위고의 생각인 것 같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 장발장이 (작품 속) 신부님이 보여준 사랑을 죽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뿌리고 가게 한 것은 결국 사랑이다. 정치에서도 사랑을 빼면 껍데기와 공학만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며 "학교 울타리를 넘어 생전 처음 보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매일 밤낮으로 연습해야 하는 경험은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게 돕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구청장은 아울러 "레미제라블을 만드는 동안 부모님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공연 준비하느니 차라리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기회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경제학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점이 많다"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신뢰하고 지지할 때 그들의 선택이 다른 어떤 선택보다 잘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들의 멋진 도전에 끝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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