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복" 朴 지지자 통합 어떻게?

이혜원 기자  |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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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3-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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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JTBC 취재차량이 들어서자 극도로 흥분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워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03.14. kkssmm99@newsis.com
과격해진 지지자들…시민·기자·경찰에 각종 폭언, 폭행
산업화 주역들, '박정희 딸' 탄핵으로 자긍심 상처
"박정희 시대 가치 손상=자신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복 태도 보이고 자제 호소해야"
소외 노년층 포용, 세대 갈등 봉합 노력 필요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을 결정한 지 열흘이 흘렀다.

헌법 질서에 따라 국민의 손으로 자격 미달의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탄핵에 반대하는 집단의 거센 반발로 국론 분열이 숙제로 남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때 청년 시절을 보낸 지지자들이 탄핵을 곧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며 헌재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고 있어 이들을 어떻게 통합할지가 관건이다.

◇부수고 때리고 욕하고…‘아수라장’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안국역 일대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소식에 분노한 지지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내려진 오전 11시21분. 이른 아침부터 안국역 앞 집회에 나와 목청 높여 “탄핵 무효”를 외치던 이들의 입에선 폭언이 쏟아졌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들지 않은 시민들에게 ‘빨갱이’ 운운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현장을 촬영하는 시민에겐 카메라를 가리며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급기야 언론과 공권력에까지 폭력을 행사했다.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중앙회장이 탄핵 선고 직후 “거짓 기사 한 줄이라도 썼던 모든 기자들에 대해 색출 작업에 들어갑니다”라고 외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취재진을 향해 욕설과 주먹을 휘둘렀다.

카메라를 든 기자를 발견하면 곧 밀치며 내쫓았다. 일부 지지자는 취재용 철제 사다리를 기자 머리를 향해 내리쳐 전치 2주 상당의 타박상을 입혔다. 해당 남성은 현재 특수상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게도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안국역에서 헌재로 가는 길목을 차벽으로 막자 참가자들은 버스에 밧줄 대여섯 개를 묶어 전복을 시도했다. 경찰 버스 유리창은 모조리 깨졌고, 문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대치 중인 의경들의 멱살을 잡는 한편, 여경의 머리를 잡고 거세게 흔드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여기 있는 경찰들 다 빨갱이야”라며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안국역 사거리는 결국 참가자 3명이 사망하는 ‘참사의 현장’이 돼 버렸다. 집회 참가자 정모(65)씨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몰다 차벽 위 설치된 스피커를 떨어트려 다른 참가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집회 현장에서 심장질환 등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한 참가자도 발생했다.

지지자들의 과격 양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지난 12일 이후 지지자들은 매일 출근하다시피 자택을 지키고 있다. 일부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움막 안에서 담요를 덮고 추위를 피하며 박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응원 중이다.

지지자들이 기자나 인근 주민에게까지 막말하고, 취재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땅바닥에 드러눕는 일까지 있었다. 급기야 자택 인근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택 앞 집회신고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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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담벼락에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장미와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17.03.16 photo1006@newsis.com
◇‘산업화 주역’ 노인 자긍심 손상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헌법 유린은 검찰 및 특검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과격하게 불복하는 배경에는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특수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 무효 집회 현장을 지키는 이들 대다수는 노인들이다. 10일 집회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김모(72)씨, 이모(73)씨, 김모(66)씨도 모두 60대 이상이다.

젊은 세대에게 박 전 대통령은 현재의 국정 능력, 도덕성 등으로 평가해야 하는 한 명의 정치지도자에 불과했지만, 노년층에게는 대통령임과 동시에 자신들이 사회의 주축이었던 과거 ‘박정희 시대’의 향수인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산업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산업화 시대를 살았던 자신들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 시대의 가치까지 손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한 심리가 과격한 행동으로 분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재 선고 전 탄핵 무효 촉구 집회 현장에서는 “그렇게 고생해서 나라 잘살게 만들어 놓았더니 젊은 사람들이 뭘 안다고 우릴 무시하느냐”는 등의 발언이 만연했다. 박 전 대통령 퇴진 요구를 자신들에 대한 ‘무시’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인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시대에 자신들도 같이 근대화·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미담에 위로를 받는다”며 “이들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곧 자신들이 지켜온 자긍심에 대한 손상이 되기 때문에 탄핵 무효를 통해 이를 되살리고 싶은 인간의 방어 기질이 발동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근혜, 자제 호소해야 하지만…

지지자들의 맹목적 분노를 가라앉혀 통합을 유도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선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국가의 앞날을 생각해 지금이라도 승복 선언을 해 탄핵 반대 측에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그들이 갖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고정관념을 바꾸긴 어렵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얘기하는 ‘희생양’ ‘음모의 피해자’라는 주장에 쉽게 동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로하며 통합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한 직후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는 ‘불복’ 의사를 천명했다. 또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지지자로 ‘국민’을 한정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주말 탄핵반대 집회를 열어온 단체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 갈등을 부채질하는 식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 분열이 더 심화하지 않도록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는 의사 표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탄핵 반대층의 불복 행위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솔선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극화된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행동 또한 하나의 애국심의 발현으로 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견해다.

전 교수는 “결국 장시간에 거쳐 민주적인 절차와 법적인 규범에 따라 갈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며 “세대 간의 협력을 통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박정희 시대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 시절에 ‘쓸모 있다’는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이 사회적 문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포용함으로써 존중받고 있고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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