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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브라질 없으면 어때, 축구공은 둥근데…”

등록 2017.03.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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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어라, 브라질이 없네?”

 오는 5월 한국에서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열린다. 그런데, 브라질이 출전하지 못한다.
‘월드컵인데 브라질이 없다’?. 일대 사건(?)이다.

 보통사람들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브라질 국민들의 축구 사랑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들에게 축구는 ‘국기’이자 ‘종교’다. 프로팀이 맞붙는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하다.

 해변에는 미래의 호나우두와 네이마르를 꿈꾸는 맨발의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축구=브라질’ 공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 계기는 월드컵이다. 브라질은 1930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3년 전 자국 대회까지 20회 연속 출전하고 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앞으로 누가 이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전적은 더욱 화려하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펠레를 앞세워 1958년과 1962년, 1970년 패권을 거머쥐었다.호마리우와 호나우두가 전방을 책임진 1994년과 2002년에도 영광을 맛봤다.

 지난 1~2월 치러진 U-20 월드컵 남미예선을 겸한 남미 유스 챔피언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혈투가 벌어졌다.

 20세 이하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가브리엘 제수스(20·맨체스터 시티)의 부재에도 브라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성인 대회가 아니라고 브라질이 대회 준비를 등한시 한 것도 아니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6개팀은 4장의 본선 티켓 확보를 위해 한 차례씩 맞붙었다. 브라질의 패배는 우루과이전이 유일했지만, 승리 역시 베네수엘라전 한 차례에 불과했다.

 브라질은 1승2무1패로 위태로운 처지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콜롬비아를 만났다. 이 경기를 잡을 경우 얄미운 라이벌인 아르헨티나를 탈락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스스로 자취를 감추는 길을 택했다.

 영원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이 충격적으로 탈락했다.

 브라질이 타락한 사이 처음으로 U-20 월드컵에 얼굴을 비추는 이들도 있다. 이름도 생소한 바누아투는 서울에서 U-20 월드컵 데뷔전을 갖는다.

 인구 27만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다. 뉴질랜드에 이어 2위로 오세아니아 예선을 통과했다.

 바누아투는 솔로몬제도와의 4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4분 프레데릭 마싱의 극적인 결승골로 한국행을 확정했다.

 바누아투의 역사를 새롭게 쓴 마싱은 “오늘은 나와 모든 선수들에게 위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신입생 대열에 가세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8강에서 바레인을 따돌리고 막차를 탔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베트남이 월드컵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레인을 꺾고 라커룸에 돌아온 베트남 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장면은 베트남 내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남 선수 단장은 “모든 팀 관계자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아무 것도 없다”고 떠올렸다.

 브라질이 떨어지고 베트남이 호주, 중국을 제치는 모습은 축구, 나아가 스포츠가 갖는 최고의 매력이다. 특히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맞붙는 월드컵에서는 언더독들의 반란이 수두룩하다.

 다가올 초여름 한국에서도 숱한 명승부가 기대된다. 브라질 없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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