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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꿀성대' 홍광호의 연기력 종합선물세트…'미스터 마우스'

등록 2017.03.19 15: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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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비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곱살 지능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순박한 웃음,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설명하며 생물분류의 기본 단위인 종(種)부터 나비 생태사를 순식간에 읊는 '뇌섹남'의 면모, 유연한 골반을 뽐내는 춤사위까지.

 10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연출 심설인)는 뮤지컬스타 홍광호의 '연기력 종합선물세트'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2시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객석을 웃고 울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대형 뮤지컬에서 주로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한 홍광호는 중극장(450석 규모) 뮤지컬인 '미스터 마우스'에서 좀 더 가까운 무대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2009년과 지난해 250석짜리 소극장 창작뮤지컬 '빨래'에서 몽골 이주노동자 '솔롱고' 역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선보여 호평 받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올해 15주년을 맞은 홍광호는 해가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강박사의 '뇌 활동 증진 프로젝트' 실험 대상으로 선정돼 아이큐가 70에서 180의 천재가 돼 가는 과정에서 어눌한 말투가 지적인 흥분으로 넘치는 톤으로 바뀌는 과정은 지킬과 하이드로 변신을 거듭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속 '대결'(Confrontation)을 연상시키는 쾌감을 안겼다.

 작품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대니얼 키스의 스테디셀러 '앨저넌에게 꽃을'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이다. 실험을 통해 높은 지능을 갖게 된 인후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진실과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파파프로덕션에서 창작뮤지컬로 개발해 2006년 초연했다. 2007년 재공연후 10년 만에 쇼노트와 파파프로덕션이 공동제작했다.  

 뮤지컬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실험 쥐'처럼 실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인후의 상황을 상징화한 무대 등이 모던하지만 뮤지컬 자체는 다소 예스럽다. 예전 소극장의 빽빽한 밀도를 그리워하는 관객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약자,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무엇인지 상기시켜주는 이 작품의 휴머니티와 아날로그 서정은 여전히 짙다. '꿀성대'로 통하는 홍광호의 음색이 특히 이 감성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광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주역. 2017.03.19.(사진 = 쇼노트 제공)  [email protected]

 대극장에서 부드럽게 압도하는 홍광호의 음색은 이 뮤지컬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우나 대신 좀 더 감싼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의 눈빛을 받아야 하는 인후의 심정이 객석으로 서서히 번져나가는 이유다.

 어릴 때 가정이 풍비박산 난 사건으로 인해 인후를 버리고, 도망친 이발사 아버지와 천재로 거듭난 아들 인후가 조우하는 장면에서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왔다. 이발사 아버지가 인후를 알아보지 못한 채 그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다듬는 장면에서 휴지를 꺼내는 이들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2006년 '미스터 마우스' 초연에서 인후 역을 맡았던 서범석이 강박사를 맡아 홍광호와 대립하는 장면은 다른 뮤지컬 세대의 긴장감 있는 공존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의 또 다른 인후인 '스위니토드' 등의 김성철은 홍광호가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찾고 있다.

 홍광호가 출연한 지난 17일 오후 4시 회차는, 금요일이었지만 퇴근 전 시간대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연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홍광호의 중극장 무대라 티켓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홍광호는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던 이 뮤지컬의 대학로 컴백에 큰 힘을 실었다. 스타 배우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다양성에 일조하는 좋은 사례다. 오는 5월1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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