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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권동호·김히어라, 다양한 세계를 갖춘 배우들

등록 2017.03.31 18:07:58수정 2017.11.14 11: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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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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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뮤지컬에서 멀티 역으로 주목받는 배우들이 왕왕 있다. 일인다역을 맡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내달 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폐막하는 연극 '베헤모스'(연출 김태형·제작 PMC프러덕션)의 두 멀티인 권동호와 김히어라는 결이 좀 다르다.

 멀티는 그간 감초로서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인상이 짙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자 4역씩을 소화한 배역들은 드라마의 주요 축을 담당했다. 존재감 덕분에 공연이 끝난 뒤 이들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의 줄이 주역 못지 않게 길게 늘어선다.

 최근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김히어라는 "팬들이 '인생캐'(인생캐릭터)라 말씀해주셔서 너무 좋다"며 "홍일점이라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권동호도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인터뷰를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베헤모스'는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대본 박필주·연출 김종연)(2014)이 원작이다. 재벌가의 아들 '태석'이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살인사건이 X축,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려고 하는 자들이 Y축이 돼 대한민국 현재 악의 좌표를 섬뜩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렸다. 

 권동호는 아들의 살인죄를 덮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는 재벌 총수, 살인사건의 담당 검사를 회유하는 부장검사, 담당 검사를 돕는 검찰 수사관, 여자 친구와 사건을 모의한 건달로 변신한다.

 그는 "네 캐릭터 모두 깊게 다 몰입할 수 있다"며 "사람은 비슷하게 태어나지만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 환경에 대응하는 방식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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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어라는 재벌 아들과 몸 싸움을 벌이다 호텔 방에서 죽음을 맞는 민아, 민아의 부검을 맡은 법의관,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여기자, 정의의 여신을 열연한다.

 이 캐릭터들은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한다. 배우는 호흡이 끊겨 연기가 힘들다. 김히어라가 택한 몰입 방법은 김태형 연출이 장면마다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었다.

 목숨을 잃어 호텔 침대에 누워 있던 민아가 서서히 일어나 사건을 보도하는 여기자로 변신하는 순간의 섬뜩함과 쾌감 등 온갖 감정의 뒤섞임은 그 고민의 산물이었다.

 여성이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 누구나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공감대 등이 형성되면서 여성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 김히어라가 정의의 여신을 연기하는 마지막 순간에 여성 관객들의 환호가 더 컸다.

 덕분에 김히어라는 여성팬이 부쩍 늘었다. 설원 같은 하얀 피부에 큰 눈을 지닌 수려한 외모로 일부 팬들은 '워너비'로 부른다. "다양한 감정의 결을 선보인 캐릭터의 시점으로 봐주셔서 그렇죠. 특히 정의의 여신을 할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팬이라고 사인을 요청해주실 때 여전히 감사하고 떨려요."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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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헤모스'의 인기요인은 배우들의 이 같은 활약과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있지만 외부 환경도 한몫했다. 권력과 돈을 남용하는 이들을 향해 강력하고 집요하게 정의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탄핵정국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김히어라는 "테이블 작업을 오래 한 작품이다. 내부에서는 세상에 괴물 같은 사람이 많아서 이 내용이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연극이 공연하는 동안 탄핵이 이뤄지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세월호가 드디어 인양이 되기도 했고요. 연출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요즘 분위기에 적합하다고 하셨어요.'권선징악'을 드러내고 싶으셨던 거죠. 저도 부정적인 시각을 넣어 민아를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사회 흐름과 맞물리며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공연의 시작과 끝의 분위기가 달라 신기했어요." 

 권동호와 김히어라는 2009년 각자 데뷔 이후 저마다의 영역에서 입지를 쌓아왔다. 최근 부쩍 높아진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팬들에게 하루 빨리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2015년에도 김태형 연출과 작업한 뮤지컬 '로기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권동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들이 기반이 된 창작집단 LAS의 멤버다.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는 드문 극단 개념의 공동체로 연극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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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호는 "평소 각개전투로 삶을 꾸리고 작품을 하고 있지만 멤버들과 뭉칠 때마다 힘이 되고 많은 것을 배운다"며 "이번 서울연극제에서도 '손'이라는 연극을 선보이는데, 이번에는 참여를 못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처음에 비어 있던 객석이 요즘은 매진이 돼 많이 힘이 된다"고 즐거워했다.

 '베헤모스' 공연 기간 도중 첫 아들을 얻기도 했다. 그는 "극 중에서 실제 아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들을 낳고 이후 그 단어의 무게감이 달라졌다"며 "아들을 얻고, 든든한 팬들을 얻어 '베헤모스'는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라고 웃었다. 

 지난해 역시 김태형 연출의 뮤지컬 '팬레터'에서 '히카루' 역을 맡아 인기를 얻기 시작한 김히어라는 이름처럼 투명한 매력으로 마니아를 확보 중이다. 이름은 '깨끗하고 하얗게 살아라'라는 뜻으로 부친이 지어준 본명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강원도에서 일반고를 다니며 화가의 꿈을 꾼 그녀는 학교에서 특별하게 만들어진 예체능반에 편입되면서 뮤지컬을 접했고, 이후 자연스레 뮤지컬배우가 됐다.

 그런 그녀는 점차 인지도가 쌓이고 팬들을 만날 때마다 신기하다고 했다. "돈을 내고 작품을 보러 오시는 건 물론이고 또 선물을 갖고 오시는 분들을 보며 공연 관객들은 참 '건강한 마인드'를 지닌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연극 '베헤모스'에서 멀티 역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권동호와 김히어라가 2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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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야망과 욕심을 부려 내 것만 챙기려고 하는데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이 분들이 저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좀 더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날에 추첨을 통해 우선 작지만 제가 그린 민아 그림을 선물 드리려고요. 호호." 

 '베헤모스'는 무엇보다 두 사람을 배우로서 성숙하게 만들었다. 작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김히어라는 "다른 역할로 한 인물을 만나는 것이 정말 색달랐어요. 법의관으로 검사를 만나고 기자로서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보니, 민아만 연기해서는 느끼지 못할 감정, 호흡, 공간의 느낌이 몸에 들어오더라"라고 즐거워했다. "다양한 인물들이 한꺼번에 제 세상으로 들어오니까 신기하더라고요."

 권동호는 사실 초반에 멀티 역이 마뜩지 않았다. 한 배역을 뚝심 있게 밀고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헤모스'는 배역마다 집중력이 상당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퀵 체인지'를 통해 바로 바로 다른 캐릭터로 변하는 그 자체도 재미 있었다"고 했다. "방금까지 부장검사로서 검사 앞에서 권위 있는 척하다가 방을 나가 한 바퀴 돌면 수사관으로서 검사 앞에서 능청을 떨어야 하니, 묘한 쾌감이 있었죠. 그래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아직 많이 배워야 할 때라는 걸 다시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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