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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상과 함께한 거센바람 생생…스펙터클한 '파운틴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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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02 1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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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파운틴헤드'. 2017.04.02(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명예, 특히 돈도 바라지 않는 로크는 오로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이 그대로 존재 가치를 드러내길 바랄 뿐이다. 공공임대주택으로 디자인한 코틀랜드 주택을 키팅이 설계했다고 공표해도 개의치 않는 이유다. 대신 원안 설계대로 지어지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전위적인 로크의 건축물은 지어지는 가운데서도 번번이 공무원, 관계자들의 반대와 간섭에 부딪힌다. 그러자 로크는 폭발물을 이용해 지어지고 있는 코틀랜드 주택을 폭파시킨다. 그 주택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어지고 있다는 선의도 그에게는 중요치 않다.  

 연출가 이보 반 호브와 네덜란드의 토닐그룹 암스테르담(TA)이 지난달 31일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파운틴헤드'는 연극의 스펙터클을 보여줬다.  

 코틀랜드 주택이 무너지는 장면이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고 무대 오른편에 세워진 벽의 밑 부분이 뚫리고 거센 바람이 그곳에서 불어 닥칠 때의 파괴감은 상당했다.

 반 호브는 영상과 기술을 연극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데, 이는 생생함을 안기며 무대 예술의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건축가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실제 디자인 하는 장면을 대형 영상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예다. 

 반 호브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이유는 이런 형식적인 측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촘촘한 감정선을 쌓아가고 마지막에 이를 폭발시키는 솜씨가 코틀랜드 주택 폭파 장면 못지않기 때문이다.

 극 초반에는 이상주의자 로크와 야망으로 점철된 키팅의 대립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막판에는 로크와 이타주의의 가면을 쓰고 대중을 조종하는 지식인 엘스워스 투히가 격돌한다. 사회의 평온함을 중요시하는 투히의 세상에서 로크는 위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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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파운틴헤드'. 2017.04.02(사진=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무려 4시간 동안의 공연에서 3시간30분 넘게 두 사람의 신념을 보여준 뒤 막판에 각자 이에 대한 변론을 늘어놓는 부분은 설교를 한다기보다 정신적 쾌감을 안기는 행위라는 설명이 적절해 보였다.  

 특히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독립적인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설파하는 로크의 변론은 파괴력이 셌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작가 아인 랜드(1905~1982)가 1943년 발표한 원작 소설은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된 작품인데, 반 호브는 로크와 투히의 대립을 부각시킴으로써 이 사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유명하지만 속물인 건축가의 딸이자 건축 비평가인 도미니크 프랭컨과 로크의 사랑 이야기는 이 작품의 결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  도미니크는 로크의 건축과 사상을 존중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히려 그와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그 세상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해 파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긴 러닝타임에 네델란드어 공연이라 한국어 자막을 봐야함에도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다. 공연 내내 촘촘한 감정선을 쌓는데 기여하는 미니멀리즘 음악이 리듬감을 부여한다. 2일까지 공연하는데 전석 매진됐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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