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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롯데, 이제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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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06 06:00:00  |  수정 2017-04-06 0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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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곽경호 산업2부 부장 = '롯데는 일본 기업이다?'…아니다 한국기업이다.

 여전히 일각에선 롯데가 '일본 기업이다'라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롯데는 엄연한 한국기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격호 현 총괄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를 창업하면서 태동한 롯데가 올해 창립 50년을 맞았다. 지난해 말을 기준, 롯데그룹은 92개 계열사에 직접 고용된 임직원 수만 18만여명이다.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롯데그룹의 고용 창출 인원은 33만여명에 달한다. 이런 롯데가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그다지 호의적인 대접을 못받고 있다. 오히려 홀대를 받아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아이들 껌 팔아서 일본에 돈을 다 빼간다'는 말은 롯데가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비하어(卑下語)다. 99%쯤은 팩트가 틀린 말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같은 극단적 비하에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유독 롯데를 겨냥한 듯한 '반일(反日)'정서 탓일까. 한국기업이라는 롯데의 노력이 온전히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재일교포 3세 출신, 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으로 건너와 "향후 10년간 한국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물인터넷(IOT), 인터넷 인공지능(AI), 모바일 등에 대한 투자 약속이었다. 국내의 반응은 기대와 칭찬 일색이었다. 재일(在日) 한국인 기업가가 모국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니 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이겠는가. 손정의 회장은 앞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도 10억달러 (1조2000억원)를 투자한 전력이 있어 5조원 투자 계획이 결코 허언은 아닐 것이란 기대감을 준다. 손 회장은 일본에서 이동통신 사업으로 떼돈을 번 인물이다. 최근에는 막대한 부(富)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걸쳐 활발한 투자사업을 하고 있다. 포브스의 '2014 세계억만장자'발표를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당시 약 20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당해연도 삼성 이건희 회장 개인재산이 약 11조원으로 평가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의 소유자이다.

 일본에서 갖은 풍파를 겪으며 재산을 모은 그가 고국이라고 해서 허투루 거액을 투자할리는 만무하다. 이번 투자 계획도 철저한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에 기반한다. 한국에서 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당연히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다. 투자는 투자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손정의 회장의 한국 투자에 대해 단언코 색안경을 끼고 보려하지 않는다. 당시 드물게도 필자의 한 산업계 지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 분야에 '안전빵' 투자를 하는 것에 흥분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그는 또 "50년 동안 롯데가 '반일감정'에 시달리는 것과 비교해보면 묘한 박탈감마저 생긴다"고도 했다. 다분히 냉소적 반응이었지만 당시 필자는 그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동빈 회장은 2011년 회장에 오른 이후 롯데가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안착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신 회장은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며칠전 월스트리트 저널, CNN머니 등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민간기업이 정부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말을 곱씹어보면, 롯데가 겪는 최근의 고초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국내서는 검찰 수사에 치이고, 밖에서는 중국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롯데는 검찰수사에 대한 딜(Deal)로 사드부지를 스스로 제공한 것인양 안팎으로 호도 당하고 있다. 중국내 反롯데 감정은 극에 달하며, 현재 中롯데마트 80여개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롯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롯데가 한국에서, 한국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재단 출연금이든, 사드 부지든 '강요'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는 점은 매우 불행한 현실이다. 롯데가 이처럼 정상적 범주에서 벗어난 고초를 겪는 것은 외부적 요인이 분명 클 것이다. 롯데를 취재하는 데스크 입장에서 보면, 롯데의 위기 요인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롯데가 한국의 대표 100년 기업으로 내달을 수 있게끔 이제 롯데를 놓아주자.

 kyo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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