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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체조사위, 신뢰부터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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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05 17:40:24  |  수정 2017-04-05 17: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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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김민기 기자 = 4일 오후 5시35분. 무작정 목포신항 취재지원센터에 들이닥친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의 표정은 비장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반잠수식 선박 위 세월호에 직접 들어가 딸의 유해를 구해올 태세였다. 당황한 선체조사위원들은 기자들에게 해명하기에 바빴다.

 이씨가 화가 난 것은 선체조사위와 해수부가 미수습자 가족들과 사전 합의 없이 언론에 먼저 수습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뢰를 얻어야 할 선체조사위가 오히려 가족들을 배제했다. 애초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뒤 언론에 알려도 될 것을 성급하게 발표하느라 가뜩이나 찢긴 마음에 생채기를 더 냈다.

 무엇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의 엇박자로 인한 혼선이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의 발표가 너무 달라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는 매일 각각 한 번씩 브리핑을 해왔다. 오전 10시에는 해수부가, 오후 4~5시께에는 선체조사위가 기자실에서 세월호 육상 거치 상황을 알렸다.

 이런 방식은 혼란만 부추겼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오전 해수부가 "일정대로 7일에 육상 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면 오후에 선체조사위가 "7일까지는 어려울 것 같고 15일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또 해수부는 "6일까지 거치를 시도해보고 안 되면 10일까지 육상 거치를 완료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식이었다.

 육상 거치 시점뿐만 아니라 미수습자 수습 방안, 세월호 절단 여부, 세월호 천공 크기 등 여기저기서 해수부와 선체조사위 발표 내용의 간극이 크다 보니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기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세월호는 현장수습본부가 수습을, 독립기관인 선체조사위가 조사를 각각 맡고 있다.

 선체조사위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 절차인 선체 조사를 책임지고 있다.

 특별법 5조에는 선체조사위의 역할을 '인양돼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조사' '세월호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지도 점검'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조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브리핑만 서둘러 여론의 환심을 사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해수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미수습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선체조사위가 미수습자 가족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면 선체 수습 과정에서 어떻게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 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는가.

 이미 정부는 '돼지 뼈 소동'을 통해 섣부른 발표로 혼란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육상 거치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 본격화할 미수습자 수색과 선체 조사를 통한 사고 원인 규명은 지금보다 몇 배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체조사위는 앞으로도 해수부, 미수습자 가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피하고, 수많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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