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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대형마트 '경품 미끼' 개인정보 장사 관행 '뿌리 뽑히나'

등록 2017.04.07 14: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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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가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 1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응모권에 1㎜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해 고지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다. 2016.01.14. (사진=참여연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가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 1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응모권에 1㎜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해 고지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다. 2016.01.14. (사진=참여연대 제공)  [email protected]

대법, 홈플러스 '1mm 고지'에 "무죄 아니다" 원심 파기환송
보험사 최근 3년간 구매 개인정보 278만건…84억원 지출
정부 '깨알글씨' 개인정보동의서 알아보기 쉽게 법안 개정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경품 행사를 통해 입수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가운데 과거 대형마트들의 경품행사 관행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7일 "응모권에 1mm 크기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고지문이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고지(告知) 의무'는 다했다고 본 1·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당초 하급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홈플러스에 부과한 4억3500만원의 과징금 역시 취소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앞서 1, 2심에서는 1㎜ 크기 고지사항도 "사람이 읽을 수 없는 크기가 아니며 복권 등 다른 응모권의 글자 크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판단, 홈플러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을 두고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3개 시민단체에선 '기계적 판단'이라는 취지로 강한 반발을 보이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대형마트 등 '개인정보 장사' 이어져…경품 대행사 '불법'도

 홈플러스는 당시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2400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여러 보험사에 팔아넘겨 230억원 안팎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뿐 아니라 대형마트 등 유통기업들의 경품을 미끼로 한 '개인정보 장사'는 '깨알글씨' 때문에 소비자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일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5대 보험사가 영업을 위해 최근 3년간 구매한 개인정보가 278만건이며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한 비용도 84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의 가격은 수집된 경로와 대상에 따라 가격도 제각각이었다. 모 홈쇼핑은 지난해 9월 보험회사에 1만7165건의 '이름, 휴대폰 번호'를 제공하고 11억6000만원을 받았다. 개인 정보 한건당 6만8000원 꼴이었다. 한 대형마트는 보험사에 4만2308건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1954만원을 지불하여 건당 약 462원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거래도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경품행사대행업체가 한 대형마트 경품행사 때 고객정보 467만건을 불법수집한 뒤 70여억원을 받고 보험사 3곳에 팔아넘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다른 대형마트의 같은 해 행사에서 다른 경품대행업체가 고객정보 22만건을 불법 수집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직원은 대행사와 결탁해 경품행사에서 1등 당첨자를 친척·지인 등으로 바꿔치기해 경품을 사실상 빼돌리기도 했다.

 ◇정부 '깨알 고지' 근절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사회적 논란이 일자 정부에선 향후 개인정보 취급자는 이용자가 개인정보 동의서 주요 내용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도록 강제했다. 지난달 30일 행정차지부는 개인정보처리 서면 동의서 작성시 주요 내용의 가독성을 높이도록 의무화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최근 대형마트 경품 응모권 뒤의 작은 글씨 동의서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과 같이 동의 사항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 규정을 강화해 동의 사항 중 중요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했다.

 행자부는 법 시행일에 맞춰(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 개정법의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과 행정자치부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 개정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 제공에 관한 동의서 주요 내용을 눈에 띄게 표시해야 한다. 법 시행에 맞춰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 이용·보유기간 등이다. 밑줄·괄호 등 기호, 색깔, 굵고 큰 문자 등 표시방법도 정한다.

 ◇경품 가격 폐지에도 '홍역' 치렀던 대형마트는 경품행사 안하거나 최소화

 대형마트 업계에선 과거 경품행사 관련 고객정보 불법 수집 등 불미스런 일을 거친 탓에 한동안 지난해 초까지는 대형·고가 경품뿐 아니라 경품 행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 가격과 총액 한도를 규제한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 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폐지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아파트 등 고가 경품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여전히 경품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향후에도 경품 행사 실시 관련 검토를 하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경품 행사를 하더라도 과거 최고 금품 상한(2000만원) 이하의 행사만 진행하는 등 고객 개인정보 획득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감지 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형마트 업황상 대형 경품 행사를 할 여력이 못 된다"면서 "지난 2015년 경품을 통한 고객 정보장사로 비난을 받은데다 지난해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홍역을 치른 이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며 문제될 만한 일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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