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법원 "숨진 아들 연대보증선 父 재산 압류는 부당"

등록 2017.04.09 10:51:32수정 2017.04.09 11:04: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건보공단, 사망자 부친에게 연대책임 물은 건 잘못" 판결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숨진 자식의 연대보증을 섰던 아버지 재산을 압류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행정처분이 무효가 됐다.

 9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이모씨의 아들 A씨는 지난 1997년 4월22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운전을 하다가 마주오던 트럭과 부딪치는 사고로 전치 20주의 중상을 당했다.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하지만 A씨는 건보공단에 다시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 책임이 A씨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A씨 대신 건보공단을 상대로 각서를 썼다. 각서는 '이 사건 사고에서 A씨의 과실을 인정해 부담금 일체를 연대책임지고 완납할 것을 약속한다'는 일종의 연대보증 계약서였다.

 이후 A씨가 사고와 관련 중앙선을 침범했다는 사실관계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A씨는 사고 후유증을 앓다가 1999년 9월 실족사로 숨졌다. A씨의 책임은 확정됐지만, 건보공단이 보험금을 돌려받을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자 건보공단은 연대보증 각서를 토대로 아버지 이씨에게 1900만원에 이르는 징수금을 부과했다. 이씨가 징수금을 납부하지 않자 토지도 압류했다.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이씨 측은 재판에서 사고의 과실이 A씨에게 있다는 주요 증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감정 결과가 잘못됐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소송은 그럼에도 이씨에게 불리해 보였다. 소송을 맡은 대전지방법원이 "국과수 감정이 잘못됐다는 사실만으로 A씨의 사고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


더욱이 법원은 이씨가 건보공단에 써준 '각서'가 약정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결국 이씨는 아들이 건보공단에 진 채무를 연대보증인 신분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재판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법원이 이씨의 손을 들어준 것. 건보공단이 이씨에게 징수금을 부과하고 재산을 압류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에서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정상 편의를 위한 절차로 압류 등을 진행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씨는 A씨의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연대보증인' 신분이기도 했다.

 당시 건보공단은 구 국민의료보험법에 근거한 국세 체납처분 절차를 통해 이씨의 재산을 압류했다. 구 국민의료보험법은 보험료 등을 체납한 사람에게 국세 체납처분에 준해서 강제징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국세 체납처분이란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국세징수법에 따라 진행되는 강제징수절차를 말한다. 이는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강제집행을 받는 것과는 성질이 다른 일종의 행정 처분에 해당된다.

 법원은 "부당이득 징수금을 국세 체납처분에 의해 징수할 수 있는 대상은 납부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며 "약정에 따른 부당이득 지급 의무만을 지고 있는 이씨에게 행정 처분을 근거로 한 징수와 압류는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구조공단 황철환 변호사는 "이 사건은 건보공단이 민사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를 편의를 위해 행정적으로 처리했던 사안"이라며 "건보공단은 징수권을 신중하게 행사해 국민에게 가산금이 과도하게 추가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