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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24시①]문재인, 차에서 연설문 고치고 쪽잠…대구탕·백반 식사

등록 2017.04.21 1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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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0.  photo@newsis.com

【원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0.    [email protected]

자정 넘어서 연설문 수정하고 자료집 살펴
 차에 프린터 놓고 메시지 첨삭…쪽잠으로 체력 보충
 김정숙 여사가 준비한 보리차로 '목 관리'
 유세때 동료 정치인 적극 소개…당내 "文이 달라졌다"

【춘천·원주·청주=뉴시스】윤다빈 기자 = "이번에는 정말로 좀 받아주시겠습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표정에 간절함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 대선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후보의 19일 일정은 밤12시를 넘겨 끝났다. KBS가 주관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을 마치고 20일 0시10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으로 향했다. 문 후보는 토론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자신에게 검증이 집중돼 질문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원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시장길에서 진행된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2017.04.20. since1999@newsis.com

【원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시장길에서 진행된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2017.04.20. [email protected]

 20일 0시45분께 자택에 도착한 문 후보는 다음날 발표할 장애인 정책을 살펴본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문 후보는 '저녁형'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잠 들기 전에 정책보고서와 다음날 연설문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수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눈을 떴다. 첫 유세지인 강원도 춘천으로 가기 위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부인 김정숙씨가 차려준 밥과 국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하늘색 셔츠에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빗살무늬 넥타이를 맸다. 별도의 코디네이터 없이 의상은 대체로 부인 김씨가 골라준다. 다만 캠프 내 이미지팀에서 넥타이 등의 조언은 받고 있다. 그는 집을 나서기 전 세월호 배지와 심기준 의원이 달아준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배지도 착용했다. 강원지역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 후보는 오전 8시30분께 늘 이용하는 검은색 카니발에 올라탔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카니발 한 대만이 이동했지만 이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서 경호 규모가 커졌다. 경찰 30명이 24시간 밀착 경호하고, 이동 시에는 차량의 호위를 받는다. 당내 경선부터 안전을 책임졌던 경호팀 7~8명도 여전히 그와 함께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차 안에서 이뤄진다. 그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연설문을 고친다. 이날도 춘천, 원주, 청주 유세장으로 이동하면서 내용을 수정하고, 문장을 가다듬었다. 차량에는 프린터가 준비돼있는데, 문 후보가 연설문을 고치면 그 자리에서 인쇄하고 다시 고치는 데 쓰인다. 그래서인지 문 후보의 양복 상의에는 항상 볼펜이 들어 있다.

 수행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주로 차 안에서는 필요한 전화통화를 하거나 연설문, 정책자료를 보고 이를 정리한다"며 "이동집무실 형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문 후보에게 카톡이나 문자로 자료를 엄청 보낸다. 그러면 후보는 그걸 또 다 읽어본다"며 "선대위에서 제발 문 후보에게 직접 문자나 카톡을 보내지 말고, 캠프를 통하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전했다.

【춘천=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에서 진행된 춘천지역 집중유세에서 시민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7.04.20. since1999@newsis.com

【춘천=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에서 진행된 춘천지역 집중유세에서 시민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7.04.20. [email protected]

 언론 보도는 비서진이 스크랩 형태로 아침마다 보고한 내용을 확인하며, 그때그때 현안 관련 기사를 전송받아 확인한다. 이동중 화장실은 주로 고속도로 휴게실을 이용한다. 부족한 수면 시간은 중간중간 차에서의 쪽잠으로 보충한다.

 차량 안에는 사탕과 초콜릿 등 간식이 준비돼 있지만 문 후보가 자주 찾지는 않는 편이다. 대신 부인 김씨가 아침마다 수행비서에게 건내주는 보리차를 틈틈이 마시며 목 관리를 한다.

 이날 문 후보는 오전 10시40분께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에 도착했다. 그는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제37회 장애인의 날 강원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좌진이 만들어준 A4용지 3분의 1 크기의 연설문을 들고 연단에 올라가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낮 12시15분께 춘천시 명동거리로 이동해 이날 첫 대중유세를 펼쳤다. 수면이 부족한 탓인지 눈이 살짝 부어있었고, 표정이 전체적으로 긴장한 듯 했다. 그러나 연설을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저 문재인이 빨리, 우리 강원의 힘이 되고 싶다"며 주먹 쥔 팔을 크게 휘두르고 목청을 높였다.

 유세가 끝나자 점심 시간이 됐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청중이 몰리는 이 시간에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세 시간 때문에 차에서 김밥을 먹으며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이날은 이동거리를 고려해 유세 일정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잡은 탓에 식당에서 모처럼 수저를 들었다.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진과 함께 대구탕으로 메뉴를 정했다.

【청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집중유세에서 문재인 대선후보가 유세차량 위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2017.04.20.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집중유세에서 문재인 대선후보가 유세차량 위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2017.04.20.  [email protected]

 이어 오후 3시30분께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으로 이동해 두번째 집중유세를 펼쳤다. 문 후보가 유세장에 도착하자 사진 촬영을 해달라는 시민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는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촬영에 응했다.

 문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간 후에도 허리를 숙여 차량 아래 있는 시민과 악수를 했다. 유세차에 올라가 있던 기동민, 김병기 의원이 허리를 감싸 안아야 할 정도로 상체를 크게 숙였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최근 '문 후보가 달라졌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평가는 '친문' 의원을 넘어 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을 도운 '비문' 의원들도 입을 모은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도 짜인 동선을 벗어나 가능한 많은 유권자와 스킨십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정치인을 단상에 세우지 않는 방식으로 유세를 했다. 이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 소속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역효과를 냈다. 그는 이를 의식한 탓인지 연설에 앞서 함께 자리를 한 의원을 본인이 직접 소개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6시40분께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서 집중유세를 끝으로 공개 일정을 마감했다. 마지막 유세 때는 목소리가 다소 잠긴 듯 했지만 "충북도민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국민통합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 문재인, 대통령 준비 끝냈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오후 8시께 청주 유세를 도왔던 박영선·변재일·도종환 의원, 이용희 전 국회 부의장, 노영민 전 의원 등과 생선을 곁들인 백반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울 자택으로 이동했다. 자택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께였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21일에도 여성정책 발표가 있는만큼 밤에도 늦게까지 발표문을 점검하고, 연설문을 수정할 것"이라며 "낮에 언론 인터뷰 일정도 있는데, 질문을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지시하느라 밤늦게야 잠자리에 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하루는 또 다시 0시를 훌쩍 넘기며 끝이 났다. 21일 일정을 머리 속에 그리며 잠자리에 들어간 것은 새벽 1시가 다 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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