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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트럼프 발언에 진위파악도 머뭇거리는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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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4-20 17:47:14  |  수정 2017-04-20 17: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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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만남에서 나온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 관계자가 19일 밝힌 첫 언급이다.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우리 외교부가 이번 논란을 가장 당혹스러워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외교부는 이후 20일 오후 브리핑에서는 "관련 보도를 접한 직후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즉각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 비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사실관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그 이후 어떤 식의 조치를 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원칙론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부 당국자는 "일단 확인 요청을 하겠지만, 중국과 미국 정상의 발언인데 두 나라가 이를 정확하게 확인해줄지는 미지수"라며 "설령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을까"라고 설명했다.

 세계 초강대국인 두 나라 정상간 발언인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를 감안하면 우리가 이들 두 나라 정상에게 '명백한 잘못'임을 항의하기도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적 인식이 깔려있다.

 전문가들도 외교적인 측면에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꼭 찍어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최근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따른 한반도 정세에 비춰볼 때 역사적 사실만 강조하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발언이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동북3성 역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고구려가 중국 땅에 세워진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실제로 관련 발언을 했다면 정부는 이 문제를 외교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자칫 또 다른 역사 왜곡 논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위안부 합의 이후 역사 문제와 정치 문제를 연계시킬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이미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역사 왜곡 문제가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과의 역사 왜곡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도 전략적으로 피할 것이 있고 당당하게 맞서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이 문제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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