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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박수근, 그는 왜 경주를 답사했을까

등록 2017.04.24 14: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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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수근, 금강역사, 27x20cm, Oil on paper, 1954

【서울=뉴시스】박수근, 금강역사, 27x20cm, Oil on paper, 1954

■ 경주솔거미술관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전
60년대 경주 답사…직접 뜬 탁본등 100여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박수근(1914-1965)의 화강암같은 그림의 원류를 찾아간 전시가 영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경주 솔거미술관이 5월2일 개막하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으로, 가나문화재단,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마련했다.

 24일 서울 한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범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 총감독은 "박수근 작품 표면에서 나타나는 거칠고 까끌한 마티에르의 질감을 확립한 박수근 예술은 경주에서 이뤄진 상징적 연관성이 있다"며 "이번 전시에 박수근이 60년대에 경주에 답사와 석조와 마애불등 불상의 직접 뜬 탁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수근, 여인과 소녀들, 22x25.5cm, Oil on hardboard, 1962

【서울=뉴시스】박수근, 여인과 소녀들, 22x25.5cm, Oil on hardboard, 1962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으로 타이틀을 잡고 경주와 연관성을 짚었다. 윤 총감독은 "박수근의 독특한 질감 형성을 위한 숙련과정이 경주에서 이뤄졌다"면서 "독자적인 작품 기법을 확립한 화가 박수근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미학의 근본을 둔 도시인 경주 현지에서 박수근의 예술적 혼과 흔적을 찾고 박수근 예술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박수근은 생전, 신라 문화에 관심이 많아 자주 경주를 왕래했고, 특히 경주 남산의 자연풍경에 심취되어 화강암 속 마애불과 석탑에서 본인만의 작품기법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토기와 석물조각들을 탁본하고,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하여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해 입체감을 부조(浮彫) 시킨 방법들이 작가 자신만의 예술적 모태가 되었다.

 왜 '신라에 온 박수근'인가.

 "박수근은 신라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석탑이나 석불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화실에서 화강암 조각을 어루만지면서 의도적으로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려고 한 그의 노력은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이런 질감의 원형은 바로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박수근은 경주를 답사하면서 신라문화를 연구했고, 그것의 구체적 증거는 그가 직접 찍은 탁본에서 보여진다. 박수근은 경주에서 손수 찍은 탁본을 미국인 애호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수근의 탁본과 프로타주 작품 60여 점은 경주와의 연관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신라에 온 박수근의 상징적 흔적이기도 하다."(윤범모 총감독)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5일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 참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5일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 참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수근은 신라의 문화에 매료되어 불탑과 불상이 즐비한 남산도 올랐다 한다. 거기에 신라 석공이 떡 주무르듯 했던 돌조각이 천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돌피부가 “바람에 닳기고 비에 씻겨나간” 풍마우세(風磨雨洗)로 말미암아 아주 독특한 표면효과가 되었음을 눈여겨보고 자신의 그림 바탕으로 삼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당시 그의 형편에 경주 나들이 여행이 만만치 않을 터였음에도 오갔다는 사실이 경주의 돌문화에 대한 그의 사랑을 크기를 잘 말해준다 싶다"(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

 '국민화가'여서 이번 경주에서 전시는 어렵게 기획됐다. 이미 국내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등극한 박수근 작품은 임대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영남지역에서 본격적인 박수근 전시도 처음이지만,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의 소장품 관외 전시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미술시장 최고가격의 작가로 등극한데다, 그가 남긴 작품 숫자 또한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구군립박수근 미술관과, 가나문화재단에서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유화, 드로잉, 판화 탁본, 옵셋 판화 등 약 100여점이 전시된다.

【서울=뉴시스】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2015년 8월 개관한 경주솔거미술관.'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으로 유명한 승효상 씨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서울=뉴시스】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2015년 8월 개관한 경주솔거미술관.'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으로 유명한 승효상 씨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귀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박수근의 그림은 현재 엄청난 시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소장자에게서 그림을 빌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공치사 같은 말이지만 가나문화재단의 모체인 가나화랑이 오랫동안 작품을 직접 거래해왔고, 이 연장으로 소장자들과 함께 좋은 인연을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전시는 가나문화재단의 설립취지가 미술문화의 소외지대에 대한 배려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성사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은 "박대성 화백의 830점 기증으로 2015년 개관한 솔거미술관은 한국화는 신라에서 시작됐다는 자부심이 베어 있는 미술관"이라며 "이곳에서 영남지역 처음으로 개최하는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앞으로 한국화뿐만아니라 서양화등을 망라한 전시를 열겠다는 의지로, 신라역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테마의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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