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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참 볼 것 없었던 대선주자 TV토론회

등록 2017.04.24 17: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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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로 요약된다. 23일 밤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TV토론회 이야기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검증 기간이 짧은 초단기 레이스로 펼쳐지고 있다. 그만큼 TV토론회의 중요도와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살필 수 있는 몇 번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3차 토론회가 무려 38.5%의 시청률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한숨만 나왔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5명의 주요 주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두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는커녕 주제와 맞지도 않는 네거티브 공방만 지속했다. 더구나 1, 2차 토론회에서 벌어졌던 입씨름과 감정섞인 신경전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이었지만, 5명의 주자가 이에 대해 어떤 대책과 해법을 제시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이른바 '돼지흥분제' 사건에 대한 사퇴 공방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갑철수', 'MB아바타' 주장만 머릿 속에 남아 있다.

 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 "(내 말)끊지 마세요. 끊지 마세요"라고 거듭 말하며 신경을 곤두세웠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번 문 후보에게 공세를 펼쳤다가 이후 진보진영으로부터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듯 문 후보를 편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심 후보와 함께 시작부터 홍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쳐다보지 않고 TV카메라만 응시하는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홍 후보가 "초등학생 토론같다"고 한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까지 들 정도 였다. 독설과 막말을 반복하는 홍 후보에게 과연 경쟁 후보를 비하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통령 후보 토론회치고 수준 이하였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선이 탄핵 국면에서 조기에 치러지다보니 상대적으로 후보가 정책 공약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측면은 있다. 또 홍 후보는 2심 재판 이후 갑자기 대선전에 뛰어들었고, 유 후보는 창당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생정당 출신이고, 심 후보는 5석의 미니정당 후보다.

 분명 이전의 대선 때에 비해 여러모로 다듬어진 정책을 내놓기 어려운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이라도 후보간 격렬한 토론을 거치면 내용이 보다 튼실해지고 이에 대한 오류도 발견돼 더욱 정교한 결과물로 생성되는 경우를 우린 그간의 대선에서 많이 봐 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은 그와 같은 정책 이야기는 없이 과거 이야기의 진실 공방과 무성의한 해명, 표피적 공격과 수비만 거듭했다. 결국 국민이 검증한 것은 말싸움의 승자가 누구였나 정도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데 이와 같은 상식 이하 기준법으로 가려내야 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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