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게임업계 끊이지 않는 '크런치 모드' 이유는

등록 2017.04.25 13:41:2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ㅇ

위메이드아이오 비판 거세지자 '전면 백지화' 수습 나서
게임개발자 월평균 근로시간 205시간으로 '하이테크 노가다' 만연
잦은 야근 밤샘에 "일주일 두번 출근" 자조도…"짧아진 개발 주기 영향"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게임업계의 고강도 업무 논란이 거듭 불거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상당수
 업체들은 개선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위메이드아이오의 '크런치 모드' 도입은 게임업계의 부당한 노동환경 문제를 다시 지피는 불쏘시개가 됐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위메이드아이오는 약 8개월 간의 '강제 야근과 휴일없는 근무, 게임 출시 지연 시 수당 반납, 저녁 식사시간 30분' 등의 크런치 모드 계획을 최근 발표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장현국 대표는 '이카루스 모바일' 개발팀에 이메일을 보내 "크런치 모드는 전면 백지화됐다"며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크런치 모드란 회사가 정한 마감 기일에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포함한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게임업계의 은어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속칭 '하이테크 노가다'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게임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을 일컬어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서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 '오징어 잡이 배'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크런치 모드 논란은 위메이드아이오만의 일이 아니다. 게임업계에선 신규 게임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개발팀 인력의 고혈을 짜내는 비상식적인 업무 문화가 뿌리내린지 오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공개한 게임업계 개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5시간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반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87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노동건강연대가 지난해 11월 한 게임사의 전·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2016년 게임산업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근·철야·주말근무를 당연시하는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게임업계 종사자가 "일주일에 2번 출근한다. 아침에 회사가면 1박2일, 2박3일 일했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게임업계의 야근과 밤샘은 보편적인 일이다.

 심지어 한 게임사에서는 개발자가 잇따라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원인을 과로사로 예단할 순 없지만 반복적으로 돌연사가 발생한 만큼 고강도 업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개발 환경과 노동조건의 변화: 크런치 모드에 압살당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게임 시장의 흐름이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게임개발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시절에는 개발 기간이 3~5년 정도였던 것에 비해 모바일로 들어서면서 2년도 채 안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최신 게임 트렌드나 시장을 선점을 위해 몇 개월 만에 게임을 뚝딱 만들어 출시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야근이나 밤샘이 반복되는 크런치 모드로 이어진다.

 게임사들이 개발자들에게 고강도 업무를 지시할 때 명분으로 삼는 것이 성과급이다. 이는 이따금 달콤한 열매를 맺기도 한다.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레볼루션 개발팀 100여명에게 게임 프로젝트 성과급 120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대다수 게임들은 경쟁작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우가 성공하는 사례보다 많다. 더욱이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사회적 분위기와도 배치된다.

 이에 한 게임사는 ▲야근 및 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 금지 ▲종합병원 건강검진 전 직원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간헐적 집중적인 초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을 보인다"며 "연속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한 쉬는 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