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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학생의 상처, 교사의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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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01 16:48:31  |  수정 2017-05-02 14: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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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김종효 기자 = 이해관계가 얽힌 진실은 대부분 반투명 막에 둘러싸여 있어 쉽사리 모습을 파악하기 힘들다.

 상황을 잘못 파악하면 진실된 듯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이때문에 이해가 상충될 때는 침착하고 신중할 것을 요구받는다.

 전북 부안의 한 시골 중학교. 전교생이 19명에 불과한 이 학교에 여학생은 8명이다. 이 학교에서 지난달 19일 여학생 8명 가운데 상당수가 A교사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을 파견, 상담전문가들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술조사를 진행했다.

 초기 조사 결과에서 이 학교 여학생 8명 중 7명이 해당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거나 목격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사안이 불거진 후 우리 아이도 올 학기 초에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어렵게 털어놨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가 크다고 판단한 부안경찰서는 사건조사를 전북지방경찰청으로 넘겼다. 이때까지는 또 다시 불거진 심각한 '학교 성폭력 사태'로 파악됐다.

 판세가 바뀐 것은 경찰청 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피해 여학생 모두가 경찰청 조사에선 최초의 진술을 번복, "피해 본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학교 측에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학부모들 역시 보호자로서의 조사 동의에 응하지 않았다.

 28일 경찰은 결국 "(행정적)수사 진행상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보호자들이 조사 동의에 응하지 않고, (피해가 의심되는 여학생들의)진술도 번복됨에 따라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치기 어린 감정이 불러온 일로 비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이렇게 덮여지는 것인가.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른바 '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고의 절차가 없더라도, 합의 이행이 됐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비록 피해자인 학생의 학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고 최초 진술과 달리 학생들의 진술이 번복됐다 해도 최초 진술을 기반으로 진술이 번복된 과정까지 수사해야 한다. 해당 교사와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 학교운영위원장 모두가 직·간접적 지인관계라면 더욱이 그렇다.

 아이들이 이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치유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해당 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진실부터 밝히는 것이 명예를 되찾게 해주는 첩경이다.

 seun66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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