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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의 크로스로드]신뢰를 잃은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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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02 08:25:55  |  수정 2017-05-02 08: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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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유리구슬과 마찬가지
서로 믿음을 못 주면 무너져
치밀하고 합리적인 관리만이
공동 번영을 가져올 수 있어 

【서울=뉴시스】정문재 부국장 겸 미래전략부장 = 패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넓은 지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상당한 군사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황제 같은 지도자는 지나친 영토 확장에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패권국가(hegemon)라도 혼자 힘으로는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맹에 의존한다.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고대 아테네나 로마제국, 19세기의 영국, 현재의 미국도 마찬가지다.

 동맹(同盟)은 유리구슬과 비슷하다. 치밀하고 합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게을리하면 동맹은 언제라도 붕괴될 수 있다. 신뢰는 필수다. 동맹을 적(敵)으로 돌리는 바람에 패권은커녕 몰락을 자초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아테네다.

 BC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다.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에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스파르타는 그리스 유일의 패권국가로 자부했다. 하지만 아테네의 부상은 패권국가 스파르타의 지위와 영광을 위협했다. 아테네는 에게해, 나아가 지중해 곳곳에서 세력을 확대하며 스파르타에 도전했다.

 스파르타는 '그리스인의 자유'를 외치며 아테네를 공격했다. 아테네의 영향권에 들어간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해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아테네는 굴욕적 강화 조건을 거부한 채 스파르타에 맞섰다. 두려움 때문에 스파르타에 양보하면 그 이상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아테네 시민들을 결속시켰다.

 육군 군사력으로는 스파르타가 절대적인 우위를 보였다. 통상 동원 가능한 병력이 아테네의 2~3배에 달했다. 아테네는 정면 승부를 피하는 대신 농성 전술을 택했다. 스파르타 군대는 아테네 외곽에서 포도밭과 올리브 농장을 파괴한 후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테네는 우세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지구전을 펼쳤다. 아테네는 해상 무역국가인 만큼 에게해에서 제해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스파르타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무릎을 꿇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전쟁은 끝날 것"이라며 강경파를 달랬다.

 전황은 페리클레스의 낙관적 기대를 배신했다. 스파르타는 동맹국들과 함께 해군력을 확충했다. 아테네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견제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는 곧 소모전으로 이어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당시 아테네의 국고는 은화(銀貨) 6,000탈란트에 달했다. 아테네는 민회를 통해 1,000탈란트를 비상 군자금으로 따로 떼어두는 한편 5,000탈란트를 군비로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해외 동맹국들로부터 받는 600탈란트의 분담금도 군비에 투입됐다.

 소모전 여파로 아테네의 국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국고가 불과 2년 만에 2,300탈란트로 감소한 데 이어 BC 428년에는 1,450탈란트로 쪼그라들었다.

 아테네는 특단의 조치를 동원했다. 아테네는 직접세는 재산권 침해라고 여겼다. 그래서 재원을 주로 항구세(港口稅) 같은 간접세에 의존했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지자 금기시항조차 무시했다. 아테네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득세인 '에이스포라(eisphora)'를 도입했다.

 해외 동맹 도시들의 분담금도 확대했다. 분담금 징수 과정도 거칠었다. 납부시한이 몇 개월이나 남아 있는데도 군대를 보내 분담금을 강탈했다. 동맹 도시들의 반발로 분담금 징수과정에서 아테네 장군이 살해되기도 했다.

 동맹 도시들이 여기저기서 들고일어났다. 아테네가 자신들을 동맹이 아니라 속국으로 여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레스보스, 이오니아, 키오스, 로도스 등 숱한 형제 도시들이 스파르타 진영으로 돌아섰다. 아테네는 고립을 자초한 끝에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뒤흔들고 있다.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는 상식 밖이다. 이미 약정서를 통해 사드 운용 및 유지 비용을 미국에서 부담하기로 약속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딴소리를 하고 있다.

 사전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일방적 요구에서 역겨운 오만을 느낀다. 안보를 오로지 미국의 호의에 의존한다는 인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발상이다. 일부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좋게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무례는 두고두고 불쾌한 감정을 남기기 마련이다. 당연히 신뢰도 무너진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21세기의 세력전이를 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동맹에 대한 아테네의 거친 태도를 미국이 답습하는 것도 그렇다. 동맹의 균열은 패권국가의 쇠퇴를 알리는 전주곡이다. 역사를 모르는 지도자는 그 나라의 불행이다. 

참고문헌
 1) Adams, 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 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2) 도널드 케이건 지음. 허승일, 박재욱 옮김. 2006.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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