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등록 2017.05.02 23:14: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2017.05.02. 이재훈 기자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2017.05.02. 이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는 중요한 작품을 쓴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믿고 존중하는 국립극단에서 일하는 것이 영광이었죠, 하지만 작가의 방에서 보낸 시간은 그런 자긍심을 주지 못했어요."(고연옥 작가)

 "제가 처음에 초청 편지를 썼을 때 국립극단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쓰는 보물찾기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 안내센터 지하 다목적홀에서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를 넘어서'가 열렸다.

 연극평론가 이진아가 사회를 본 이날 토론회는 '블랙리스트' 시발점으로 알려진 박근형 연출의 연극 '개구리'의 후폭풍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극작가 고연옥이 '연극평론' 2017년 봄호에 게재한 기고문 '국립극단 작가의 방 - 왜 극작가를 교육, 교정하려 하는가' 등을 통해 지난해 5월30일 국립극단의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 - 작가의 방' 모임 당시 국립극단이 자체 검열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정명주 기획팀장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작가들에게 과거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자체 검열 의혹과 함께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시도로 읽혀지면서 한편에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 작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잊어버리거나 체념하면 되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모르는 사이에 되풀이 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 많은 작가들이 공통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최종적으로 공연할 2~3편을 선정할 때 2017년 12월 이후가 될 것이라 다음 예술감독이 누가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방향이나 기준 주제를 선정하거나 예견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면서 국립극단이 가지는 사회적인 책임성, 공공성의 제약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그 말을 한 요지는 국립극단으로서 제약이 있을 수 있어서 모든 작품을 공연한다고는 말씀을 못 드린다는 거였다. 그래도 일단 다 써라. 국립극단에서 못 한다면 밖에서도 해도 되고 공모를 내도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방'에 멘토로 참여한 고 작가는 검열과 함께 참여 작가들끼리 경쟁 체제에 놓여 있었고 극단과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전경. 2017.03.20.(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립극단 전경. 2017.03.20.(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그는 "당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 말 못했다는 것이 검열이라는 기제가 작동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립극단의 정 팀장은 기획자와 창작자의 균형과 관계에 대해서는 고연옥의 작가 말에 동의를 안 한다고 했다. "고연옥 작가가 예술적 멘토로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는 세션에서 빠진 것"이라며 "나중에 와서 문제가 된 건 의문"이라고 했다.

 정 팀장은 작가들이 문제 제기를 할 때마다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작품을 뽑는 것을 목표로 하지 말고 모든 작품이 연말에 공연을 하는 페스티벌 형식을 제안해서 수용하는 등 운영상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자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다 책임 질 테니 쓰시오라고 분명한 엔딩을 달지 않은 것이 제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철 예술감독도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첫째는 자유롭게 써달라는 것이었다. '개구리' 문제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표현의 자유문제이고 그것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작가의 방에 참여한 구자혜 작가는 "절차상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업무상 과실 누락이 있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가 중요하다. 창작극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킨십이 중요했다"고 했다.

 이어 "경쟁 구도는 없다는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 경쟁 구도를 투입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창작극을 올리는 성과만 중요하지 않았나. 큐레이터 십의 부재"라고 덧붙였다.  

 과거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된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공연하기도 한 김재엽 연출가는 "국립극단이 검열 정국에서 가장 잘못한 것이 '개구리'의 제작자로서 못한 것"이라며 "공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 개구리 제작자로서 입장이 모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작가의 방'에 참여한 극작가로 여성, 약자 등에 대한 글을 써온 김슬기는 "작가의 처절한 목소리에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분을 짚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