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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소장품으로 보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들'

등록 2017.05.07 15: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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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매향리 0210055, Color negative print, 121×155cm, 2003 ⓒ김재경 한미사진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매향리 0210055, Color negative print, 121×155cm, 2003 ⓒ김재경 한미사진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이미지 시대, 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눈으로 보고 그렇게 본 것을 믿으며, 인식하고 기억한다.

 지나가고, 지나치고, 지워버린 것들을 다시 불러내 기억을 재생하는 사진전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타이틀로 국내 유명 사진작가 강용석, 김영수, 김재경, 민병헌, 박홍순, 배병우, 이갑철, 이상현, 정주하등 9명의 사진 60여점을 선보인다.

 수많은 풍경 중에서어떤 것을 선택하고, 기억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떤 프레임에 담아냈는지에 주목한 전시다.

 풍경은 오래전부터 예술의 주제가 되었고 이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졌다. 풍경에 대한 사진가의 선택은 짧은 순간에 스쳐가는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진가의 눈은 단순히 보는 눈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고 세상을 해석하고 사진으로 말하는 눈이 된다.  

 그 시선은 사진가에게 의미 있는 하나의 대상으로 다가온 생경한 빛이 되고 그 낯선 경험과 의미는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풍경으로 거듭난다. 그렇게 한국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내용,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몇몇의 탁월한 시선을 가진 사진가들이 한국 사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별거 아닌 풍경, Gelatin silver print, 52×38cm, 1987 ⓒ민병헌 한미사진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별거 아닌 풍경, Gelatin silver print, 52×38cm, 1987 ⓒ민병헌 한미사진미술관 소장

 한미사진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선별한 이번 전시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민감한 사진의 특성을 드러내며 동시대 풍경의 문제를 개인적인 시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강용석(58)은 일반적 풍경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전쟁의 단서들을 보여준다. 프레임은 전쟁이 낳은 정신적인 상처에 시선을 두고 있다. 작가는 평범한 풍경 속으로 들어온전쟁의 흔적들을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시키며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상처로 남아있는 전쟁의 풍경을 부드러운 중간 톤으로 담아낸다.

 김영수(1946~2011)는 사진으로 내가 사는 내 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작가다. 우리 땅 곳곳을 다니며 하늘, 산, 그리고 바다를 사진에 담았고 그 땅을 근거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풍경 속에 녹여냈다. 사람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삶의 터전에 살아가는 일상을 흑백으로 담아 사람이 만드는 풍경을 보여준다.

 전통 아날로그 방식의 정교한 인화작업을 고수하는 민병헌(62)는  1987년 '별거 아닌 풍경' 연작으로 일상 속 소소한 대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르고 거친 땅을 프레임에 담아 사진의 소재를 확장했고 중간 톤의 작업으로 자신만의 풍경을 고집하는 사진가다.

 한국 지형을 소재로 삼아 한국인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진가 배병우(67)은 한국인의 정서 깊은 곳에 숨겨진 우리만의 풍경을 넓고 간결한 프레임으로 담은 '오름'시리즈를 통해 자연이 보여주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다.

 이갑철(58)은 한국인에게만 흐르는 보이지 않는 정서를 사진으로 구현한다. 사실을 전제로 하는 사진의 속성을 담지만 그가 포착한 순간은 자신만 느끼고 목격한 움직임이며, 개인적인 감각에 의한 사진이다. 과감한 프레이밍과 직관적인 카메라 워크를 특징으로 이갑철만 보는 풍경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이상현은 사진과 다른 매체와 결합하고 전통적인 촬영 방식에 현대적인 편집 방식을 자유자재로 결합하여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진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이상현은 사진과 다른 매체와 결합하고 전통적인 촬영 방식에 현대적인 편집 방식을 자유자재로 결합하여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진을 보여준다.

 정주하(59)의 '서쪽바다'는 바다와 하늘이 같이 만나 만드는 풍경이다. 땅과 하늘의 중간으로써 생명을 생산하는 서쪽 바다의 해안선에 시선을 두고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반듯한 풍경이며,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내는 재생의 의지를 담은 풍경이다.

 수려한 한국의 산하를 찾고 스스로 경험한 백두대간의 있는 그대로를 담은 박홍순은(52)은 인간 문명의 이기와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변해가는 금수강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상현(52)은 사진과 다른 매체와 결합하고 전통적인 촬영 방식에 현대적인 편집 방식을 자유자재로 결합하여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진을 보여준다. 작가의 풍경에는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시간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공유하는 작가가 개입하여 우리 땅에 대한 역사와 풍경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심히 바라보던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와 달라진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보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작가만의 시선들이 어떻게 한국 사진을 이끌어 갔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진전이다. 7월 15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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