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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든 게 허겁지겁…이런 조기대선 다신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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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09 0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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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모든 게 허겁지겁, 우왕좌왕이었다. 이번 19대 대선을 지켜본 이들이 내리는 한결같은 결론이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이 나온 후 불과 60일 만에 치러지는 대선이란 점은 감안하더라도, 후보자 공약에서 정책 및 개인 신상 검증까지 모든 것을 서둘러 끝내다보니 전 과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대선이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먼저 각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 기억에 남는 게 딱히 없다. '행정수도 이전', '4대강 개발사업', '반값 대학등록금' 등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모을만한 공약이 이번 대선에선 잘 보이지 않았다. 60일 만에 캠프를 구성하고 당내 경선을 치르고, 본선을 뛰어야 했던 초단기 레이스였다는 점에서 대형 공약을 준비하고 다듬을 물리적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이렇게 공약이 부실한데 국가 비젼이나 통치 청사진 등도 그럴 듯 하게 제시될 리가 없었다. 5명의 주요 정당 후보들은 TV 토론에 나와 자신의 집권 이후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설명했으나 대다수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지는 못한 듯 하다.

 후보들간 수준 낮은 상호 비방성 대화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TV토론회가 끝나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문재인=목사님' '안철수=화난 전교 1등' '홍준표=낮술 한 시골 노인' '유승민=교수님' '심상정=운동권 누나' 이란 우스갯소리가 회자됐을 정도다.

 게다가 오늘 대선이 끝나고 내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새 대통령 당선을 선언한다 해도 19대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청와대로 들어가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짧은 기간 내 급조된 대선을 치렀는데,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무런 준비도 없는 채로 국군 통수권을 부여받아야 할 형편인 것이다.

 새 대통령은 한동안 전 정부의 총리와 장관과 함께 국정을 꾸려가는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보좌진도 일부는 당선 즉시 임명할 수 있지만 300여명의 수석비서관,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등을 모두 선임하기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청와대도 일정기간 전 정부 사람과 현 정부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 빚은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 이로인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발생한 우리 정치사의 우울한 한 장면이다.

 '부실 대선'의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한가지 바람을 말한다면 이처럼 엄청난 후유증을 야기하는 대통령 파문으로 인한 조기 대선만큼은 다시는 헌정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뿐이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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