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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정폭력 긴급전화센터, 이민자 상담전화 30% 급증

등록 2017.05.09 10: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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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두려워 경찰에 신고 못해

【티후아나(멕시코) = AP/뉴시스】 =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이고 시 사이의 국경장벽. 미 이민국의 집중 단속지인 이곳을 거쳐 밀입국한 사람등 수많은 불법 체류자들은 단속과 추방이 두려워 가정폭력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티후아나(멕시코) = AP/뉴시스】  =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이고 시 사이의 국경장벽.  미 이민국의 집중 단속지인 이곳을 거쳐 밀입국한 사람등 수많은 불법 체류자들은 단속과 추방이 두려워 가정폭력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뉴욕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미국  최대의 가정폭력 상담을 위한 전화신고센터는 최근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담전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연방 기금을 재원으로 1996년에 설립한 국립 가정폭력 핫 라인( National Domestic Violence Hotline)은 최근 발표한 최신 연간보고서에서 지난 해 1년간 전화, 문자 메시지, 컴퓨터를 통해 접수된 상담건수가 32만 3660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민자들과 관련된 가정 폭력은 7053건으로 2015년에 비해 30%나 늘어났다고 이 긴급전화의 CEO 케이티 레이-존스가 말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으며 이들은 폭행 상대로부터 "만약에 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리면 당사자와 가족들을 모두 연방 이민국에 알려 추방당하게 만들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전화는 2016년 중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공화당 진영이 더 강력한 이민법의 강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부쩍 늘어난 것이라고 레이 존스 대표는 말했다.

  가장 나쁜 것은 폭행 피해자인 이민자의 친구나 이웃 사람들이 과거에는 폭행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은 자신들도 추방 대상이 될까봐 감히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전화상담 직원들은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라고 말해줄 수도 없어서 상담 자체가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대신 가정폭력 보호센터 같은 곳을 찾아가 피신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그런 곳도 이민당국의 표적이 될까봐 못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레이존스는 "우리도 어떤 보호시설에 이민국 직원들이 쳐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폭력 상담전화의 통계가 밝혀지면서, 연방정부의 이민정책이 가정폭력 발생에 미치는 악영향이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활동가들이 가장 격분한 사건은 얼마 전 텍사스의 엘파소의 한 성전환 여성이 남자 친구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보호명령을 신청했다가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었다.

 이후 덴버시장과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 등 여러 공직자들은 앞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체포나 추방이 두려워서 폭행을 신고하거나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가정폭력 퇴출 전국연맹의 킴 갠디 회장은 당분간은 상담전화를 걸어온 이민자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해두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가정폭력을 신고하려는 이민신분의 피해자들도 일단  상담 직통전화를 이용해서 상담을 하며 경찰 신고의 대안을 찾아보라고 이 단체는 권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고로 추방될 경우 미국 태생으로 시민권을 가진 자녀는 남게 되지만,  결국은 아이들도 2차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갠디 회장은 경고했다.

  지난 달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의 불법체류자가 어떤 범죄의 피해자 또는 목격자로 신고나 진술을 하기 위해 나섰을 때 체포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비드 라판 대변인은 그럴 경우에는 불체자라도 특별 비자를 받아 법적 절차에 나설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립 가정폭력상담전화는 하루 24시간, 주 7일동안 쉼없이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언어에 능통한  통역사들을 지원한다.  지난 해 상담자 중에서 8800명 이상이 영어 이외의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이 센터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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