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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자본시장 역할' 강화하나

등록 2017.05.14 06:06:30수정 2017.05.14 06: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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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문재인표 '벤처캐피탈 시장' 주목
애물단지 전락한 ISA 재조명…세제 혜택 확대 검토할 듯
증권업계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규제 없애야"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4차산업혁명을 통한 신성장 산업 육성 및 일자리 확보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망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외연 확장 및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자본시장 관련 공약으로는 전문투자자용 벤처캐피탈 시장 신설,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은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역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선 자본시장 역할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키우려면 결국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하기에 문재인 시대에서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자본시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그동안 우리 증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중산서민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도 미흡했다"며 "앞으로는 자본시장을 적극 육성해서 기업들의 투자재원 조달을 뒷받침하고 중산·서민층의 건전한 재산형성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한국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아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벤처캐피탈 플랫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내 스타트업 환경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장남인 문준용 씨가 10여 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게임 스타트업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노게임즈는 창업 초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주한 차세대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의 스타트업 분야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2일 정부의 사전 규제나 자금지원이 없고, 투자자 보호도 없는 전문투자자용 벤처캐피탈 시장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기술 전문투자 분야에서 모험을 허용하겠다"며 "스타트업 기술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전문 투자자들의 시장영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과 모험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가장 든든한 혁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하는 시장을 통해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 벤처캐피탈(엔젤투자자)에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기업에는 원활하게 자금이 유입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동시에 스타트업 기업은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고 벤처캐피털은 시장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 자본시장에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시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거래소가 스타트업 특화 장외시장 'KSM 시장(KRX 스타트업 마켓)'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전문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도 허용된 시장으로,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의 하위 시장 개념이다. 전문투자자용 시장인 '벤처캐피탈 플랫폼'과 차이가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오는 7월 첫째주 오픈할 예정인 프로 K-OTC 시장은 전문투자자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벤처캐피탈 플랫폼과 유사하다. 다만 거래 대상 기업이 스타트업 뿐 아니라 모든 비상장기업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지난해 초부터 전문투자자용 시장을 준비해 왔다"며 "문 대통령이 언급한 벤처캐피탈 플랫폼은 참여대상을 전문투자자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프로 K-OTC 시장 컨셉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홍성찬 스타트업시장팀장은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투자를 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조기에 자금을 회수하거나 투자 전략이나 목적에 따라 갈아타야 할 수도 있는데 현재는 IPO가 아니면 회수할 방법이 없다"며 "거래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은 모험자본 생태계 측면에서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맞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과 적금, 채권, 주식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능통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익의 최대 200만 원(서민형 25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혜택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됐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펀드가 1인당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에 비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 수익률도 신통치 않아 사실상 애물단지 취급 받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ISA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총괄한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정책단장은 지난 8일 ISA 가입 대상을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주부·청년·은퇴자를 포함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신형 ISA'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세제헤톅도 지금보다 늘리고 2018년 말로 예정된 가입시한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ISA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현재 예금 위주로 운용돼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내는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노령·중산층의 재산증식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금융규제로 이미 진출한 외국금융회사들도 한국을 떠나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도 어려워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 훼손되고 있다"며 "정부는 금융규제의 적합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선진국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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