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5년 만에 뒤바뀐 운명…文은 당선 신고, 朴은 법정에
【김해·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달라도 너무 달라진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늘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같은 날 첫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朴 전 대통령 가슴엔 수감번호 503번…직업묻자 "무직입니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역사의 반전도 이런 반전이 있을까. 5년 전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진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2012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으로 광화문에서 국민대통합을 역설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패배자로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4년 6개월여가 지난 오늘.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구입한 머리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뒤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았고, 문 대통령은 정치 멘토이자 평생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제19대 대통령으로서 당선 신고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참석한 문 대통령이지만 올해는 의미가 남달랐다.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사를 직접 낭송했다. 그 안에는 대통령 당선 인사 의미도 포함돼 있다. 5년 전 이루지 못했던 대통령의 꿈을 마침내 이뤘다는 보고를 전직 상관에게 올리는 셈이었다.
【김해=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씨 등이 참석하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이날 추도식은 대선 패배의 결과를 안고 찾았던 2013년 당시 추도식과는 여러모로 대조됐다. 4년 전 추도식 당시 초선 의원 신분으로 찾았던 문 대통령의 얼굴엔 비장함과 결연함이 서려있었다. 친구가 못 다 이룬 꿈을 대통령이 돼 대신 이루고 싶었지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없음에 미안함도 묻어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들의 꿈이자 목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결코 내려놓을 수 없으며, 5년 이후에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라며 "지난번 출마해서 국민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바 있으니 다음 대선 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는 감격의 메시지를 전했다. 5년 전 대선 패배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반면 5년 전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웃음기 사라진 자연인 신분으로 내려오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았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7.05.23. [email protected]
정점에서 바닥으로 내려온 시간이 짧았던 만큼이나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엔 세월의 무상함이 어려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소 어두운 기색이었지만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를 고수하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함께 법정에 섰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하던 박 전 대통령은 차분하게 재판에 임했다. 인정신문에서는 직업을 묻는 판사에게 "무직입니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혐의를 전부 부인하냐는 물음에는 짧게 "변호인 입장과 같다"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평생 동지에게 당선 신고를 하는 날에 박 전 대통령은 평생 친구와 함께 수용자 번호를 달고 함께 법정에서 재판관의 지시에 따랐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상반된 모습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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