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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항명 검사' 윤석열, '정권 하명'에도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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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25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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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검사 윤석열'은 부당한 지시와 외압에 굴하지 않다가 한직으로 좌천됐던 인물로 유명하다. '소신' '강골' '반골' '항명' 등의 꼿꼿하고 우직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들이 윤 지검장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런 이유로 윤 지검장은 현재 검찰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이자 자산 중 하나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견해다. 대다수 국민이 검사 시절 거침없이 소신을 표출했던 윤 지검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강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인지 조직을 원만하게 장악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래로는 부드러운 소통력, 위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의 강직한 기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자신의 휘하에 윤 지검장 같은 인물을 둔 상사라면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조직 논리보다 소신을 우선시하는 직원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사는 드물다.

 이런 윤 지검장 스타일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는 윤 지검장의 널리 알려진 발언만 봐도 상사는 골치가 아플지도 모른다. 윤 지검장보다 윗선들의 의중이야 어떻든 간에 그가 전국 최대 규모이자 정·관·재계 수사를 도맡아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지금까지 행적에 비쳐볼 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윤 지검장은 첫 출근 후 서울중앙지검 간부들과 상견례에서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지원하고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취임사에 가까운 첫 발언에서 '소신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일갈한 윤 지검장에게 국민들은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를 포함한 집권층이다. 개혁의 깃발이 높이 올라있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높은 현재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권력 누수가 시작되는 정권 중후반기에는 검찰이 가진 권능을 활용해 보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역대 정권은 대개 그래왔다. 집권 초부터 검찰을 앞세워 칼춤을 벌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윤 지검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정권의 이익에 복무할 뿐, 법과 원칙에 어긋난 '하명(下命) 수사'는 단호히 거부하리라 믿는다. 현대차 수사를 하면서 그랬듯이 사표를 품고 청와대로 찾아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것도 좋다. 그게 국민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정상적인 검사상이고, 그런 처신이 곧 검찰 개혁이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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