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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감독은 영화로 말한다…'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록 2017.05.30 13:13:53수정 2017.06.03 22: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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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제70회 칸 영화제’가 한창이던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범죄 액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공식 상영회가 열렸다.

 러닝타임 120분이 끝나고 극장을 가득 메운 2300여 관객이 모두 일어나 7분간 손뼉을 쳤다. 설경구, 임시완, 전혜진, 김희원 등 주요 배우 4명은 관객을 향해 인사하며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대부분 영화 상영회와 전혀 다른 것이 있었다. 한가운데 있어야 할 '감독'이 없었다.

 비록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아니더라도 세계 최정상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은 영화인으로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주연급 배우보다 작품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감독으로서는 해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주연배우가 다른 일정으로 빠지는 일은 있어도 감독은 거의 자리를 지킨다.

 그런데 연출자 변성현 감독은 그 자리에 없었다. 2012년 11월 183만 관객을 모은 에로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에 이어 4년이 훌쩍 지난 뒤, 마침내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어째서 그런 영광을 누리지 못 한 것일까.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4월,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누군가가 일부 유력 후보를 비난하고 특정 지역을 폄하한 글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다른 한국 영화를 깎아내렸고, 여성 비하하는 글을 리트윗했다. 그야말로 ‘풀세트 망언’을 한 셈이다.

 그 ‘누구’가 바로 변 감독이었다. 이런 사실이 영화 개봉 후 알려지자 ‘평점 테러’는 물론 ‘관람 보이콧 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래서였을까. 개봉일인 17일 1위로 출발했던 이 영화는 다음날인 18일 할리우드 스릴러 ‘겟아웃’(감독 조던 필레)에 밀려 2위로 떨어진 뒤, 다시는 1위를 탈환하지 못 했다.

 비수기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 구설에까지 휘말리면서 개봉한 뒤 29일까지 약 87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흥행 실패가 시살상 확정됐다.

 국내 최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고 각종 시사회를 통해 설경구의 티켓파워 회복작이자 임시완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며 칸 영화제 초청과 약 180개국 판매 등 호재도 잇따랐지만 소용없었다.

 변 감독은 18일 대중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특히 “영화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닙니다.수백 명 땀과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아무쪼록 이 영화가 저의 부족함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일이 없게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합니다”고 호소했다.

 이어 22일에는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칸 영화제 불참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계속 싸늘했다. 극소수이지만 “(변 감독이) 다음 영화를 못 만들게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는 영화다. 감독의 영화 밖 언행으로 영화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문을 예로 들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기자는 ‘나의 PS 파트너’ 개봉 당시 변 감독을 인터뷰했다. 당시에도 염색 등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귀고리를 했고, 옷차림도 독특했다. 외모 못잖게 치기 발랄하고 끼가 넘쳤다. 분명히 거침없는 말투인데 거북하기보다 ‘참 솔직하다’는 인상도 남겼다.

 무엇보다 그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해 노출신을 찍은 뒤 개봉을 기다리는 가운데 출연한 케이블 TV 드라마가 히트해 스타로 발돋움한 여배우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한, 심성이 고운 사람이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 감독의 신작이기에 기대하며 봤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사건에 휘말리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변 감독이 차기작을 연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구설수를 떠나 이 작품의 부진한 흥행 성적 탓이다.

 다만 다음에 그가 작품을 내놓는다면 “감독은 영화로 말한다”는 말처럼 영화로만 말했으면 한다.

 변 감독이 한 것 같은 막말만이 아니다.

 작품은 늘 ‘재벌’과 하는 일부 스타 감독이 내뱉는 서민 코스프레성 발언도 듣고 싶지 않다.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감독답게 영화로 보여줘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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