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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골프로 세상과 소통' 발달장애 골퍼 이승민, 5번 도전 끝에 정회원

등록 2017.06.02 18:24:41수정 2017.06.07 20: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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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 대회에 참석한 이승민.(사진=KPGA 제공)

【서울=뉴시스】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대회 중 환하게 웃고 있는 이승민. 2017.06.02.(뉴시스DB)
 


1차 투어프로 선발전 10위, 당당히 자격증 손에 넣어
'5세 지능' 골프로 세상과 소통…마스터스 출전 꿈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의 프로골프 선수 이승민(20·하나금융지주)이 다섯 번의 도전 끝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이승민은 2일 전북 군산에 위치한 군산컨트리클럽 부안, 남원코스(파72·7253야드)에서 열린 '2017 제1차 KPGA 투어프로 선발전 B조' 경기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10위에 올라 상위 25명(A, B조 각 25명 선발)에게 주어지는 KPGA 투어프로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2014년 9월 KPGA 준회원 자격을 획득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그 동안 4차례나 도전해 낙방했다. 5번째 도전 만에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KPGA 투어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예선전 2라운드와 본선 4라운드까지 총 6라운드에 걸친 지옥의 레이스에서 상위 50명 안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본선전은 A조와 B조로 구분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조별 25명만이 KPGA 투어프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당시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하게 된 아버지 이명렬(52·현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씨를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특수학교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지만 비장애인과의 단체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고, 부상이 잦은 점 때문에 하키 스틱 대신 골프채를 손에 잡았다.

 5세 어린이 정도의 지능이지만 골프의 매력에 빠진 이승민은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택했고, 골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흔히들 멘털이 중요하다고 하는 골프는 함께 라운딩하는 선수들의 행동이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승민의 어머니 박지애(51)씨는 함께 경기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박씨는 "승민이는 골프 치는 게 즐거워 보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코치나 부모는 매순간이 전쟁과도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걱정도 많이 했고 '과연 승민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줘서 너무 고맙다"며 "아직 경기 속도를 빨리 해야 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승민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대회에서 허인회(왼쪽)와 사진을 찍고 있는 이승민. 2017.06.02. (사진=KPGA 제공) 

【서울=뉴시스】 지난해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대회에서 허인회(왼쪽)와 사진을 찍고 있는 이승민. 2017.06.02. (사진=KPGA 제공) 


이승민은 지난해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프로암 대회에 특별 초청돼 그가 평소 좋아하는 허인회(30·JDX멀티스포츠), 김재호(36·휴셈)를 비롯한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승민의 KPGA 투어프로 합격 소식을 접한 허인회는 "정말 장하고 대단한 일이다. 지난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나중에 꼭 함께 라운드하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제네시스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력하며 사회적 귀감이 되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KPGA 해피프렌즈상'을 수상했다.

 당시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면서 종이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수상 소감을 준비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먼데이 예선전에서 티샷 방향을 확인하는 이승민. 2017.06.02. (사진=KPGA 제공) 

【서울=뉴시스】 지난해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먼데이 예선전에서 티샷 방향을 확인하는 이승민. 2017.06.02. (사진=KPGA 제공) 


어머니 박씨는 "장애가 있어서 어릴 적부터 또래 아이들과 교류를 하지 못했는데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며 "골프를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승민이가 사람들 속에서 살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모든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와도 같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승민은 매년 일본투어 큐스쿨도 응시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승민은 정회원 자격을 취득 후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 그 동안 엄마를 힘들게 해 미안하다"며 "김종필 프로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를 안고도 정정당당하게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이승민의 당찬 행보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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