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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하림家 2세 승계는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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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6-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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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곽경호 산업2부장 = '25세 대학생'과 '자산 10조원 기업의 지배 주주'. 최근 유통가와 증권가를 달구고 있는 논란의 키워드이다. 하림그룹 김흥국 회장의 25살 짜리 대학생 아들이 사실상 그룹 오너가 된 이야기다.

국내 최대 닭고기 유통기업 하림그룹은 자산 규모만 10조원에 달하는 재계 서열 30위권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계선에 서 있을 만큼 큰 회사다. 이정도의 기업이 25살 짜리 오너 2세에게 그룹 지배권을 슬그머니 물려주었으니, 논란의 증폭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현재 김 회장의 아들은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제일홀딩스 지분을 44.60% 보유, 사실상 1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김회장 아들은 20살이던 2012년 아버지로부터 올품이라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 100%를 물려받았다. 이 회사는 동물의약품을 만들어 그룹내 계열사들에게 독점 판매하는 기업이다. 올품은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해 그룹 지주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제일홀딩스는 조만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공모주가를 감안하면 김회장의 아들은 당장 엄청난 자산가로도 등극하게 된다. '하림家 승계 논란'의 핵심 내용들이다. 

기업 오너가 2세에게 회사를 물려주는게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그 방법의 정당성이 결여됐다면 분명 문제일 것이다.최근 뉴시스는 '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 시리즈를 20회에 걸쳐 내보낸 바 있다. 국내 내노라하는 중견기업들이 오너 2세, 3세에게 기업 지배권을 넘겨주는 실태를 파헤친 내용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일감몰아주기'를 동원했다. 오너 또는 그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회사에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준뒤 덩치를 키워,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 회사로 올라서게 하는 방식이다. 오너 주식을 통째로 2세에게 넘겨 경영권을 물려주려니, 엄청난 세금이 부담돼 이같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2세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패턴이자 시나리오다.

가업승계가 일반화돼 있는 일본에서는 이같은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소규모 회사를 2세에게 물려주더라도 회사 자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걸 당연시한다. 기업환경은 한국과 엇비슷 하지만 기업인들의 인식과 양심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정당성을 중히 여기는 일본 기업인과 편법을 당연시 여기는 한국 기업인들과의 문화와 인식 차이일 것이다.

'하림家 2세의 수상한 승계' 논란이 보도되자 하림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같은 해명을 내놨다. "가업승계가 정상적으로 안 이뤄지면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고, 상속 역시 경영이니 기업이 작을 때 가업승계를 하자 해서 미리미리 준비했다". 하림의 해명을 뜯어보면 '정상적 기업 경영을 위해선 가업승계가 이뤄져야 하며, 이미 오래전 부터 승계작업을 해왔다'는 의미다. "내 회사이니, 반드시 내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자산 10조원 규모의 회사라면 이미 개인의 영역이 아닐 것인데, 이같은 인식 자체가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편법적 가업 승계가 중견기업들 사이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공공연하다. 비정상적인 가업승계의 숙주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중견기업들의 편법적 가업승계 행위를 골깊은 '적폐'로 간주한다. 논란이 커지자 여권과 공정위가 하림의 2세 승계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 본격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가 일감몰아주기 등의 적폐 청산에도 제대로 미칠지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타이밍이다.


kyo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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