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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스트베드 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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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6-09 11: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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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로 기자수첩용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가 '테스트베드(시험공간)'가 된 듯하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한발 앞서가는 혁신적인 정책을 발표, 적용하면서 수도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느낌도 든다.

 보행전용거리, 국내 최초 공중보행길 서울로7017, 대체에너지 확산을 통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등 번뜩이는 정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유례없이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은 대한민국의 테스트베드로서 서울의 현 위치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3000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초대형 토론회를 열어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2부제 시행과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수 천 명의 시민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찬반 투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고강도 대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원천봉쇄한 것은 한편의 잘 구성된 연극 같았다.

 물론 토론 참석자들 중에는 들러리로 동원된 것 같아 불쾌했다는 사람도 있고, 풍향이 바뀌어 미세먼지가 약해지는 시점에 맞춰 내놓은 꼼수라며 눈을 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련의 과정이 파격의 연속이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 같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서울시의 실험으로 인한 부작용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야심차게 공개한 공중 보행길 서울로7017에서는 개장 10일만에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가 난간을 세계 기준보다 높이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자신했지만 투신을 막지 못했다.

 서울시가 자랑하던 시내버스 '압축천연가스(CNG) 엔진' 교체 사업 역시 얼룩지고 있다. 시내버스 운수업체 비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던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의 혁신적인 접근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지도 의심해볼 대목이다. 버린 신발 3만켤레로 만든 서울로7017 인근 공공미술작품 '슈즈트리'는 흉물 논란에 휘말렸다. 이 점은 서울시가 시민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이해도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한다. 백번 양보해 슈즈트리를 '미술작품은 아름답고 고상해야 한다'는 편견에 도전하는 일종의 예술실험으로 이해하더라도 서울시민 전원을 고려해야 하는 자치행정의 주체로서 부주의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저지에 이어 서울시가 또 다른 형태의 정치실험 테스트베드로 활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정책 입안자들이 창의와 파격 속에서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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