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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유혹, 대포통장①]"통장 빌려주면 350만원"····통장 노린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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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6-20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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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대포통장 모집 문자sky0322@newsis.com 

중소기업·세금·취업, 대포통장 모집 사기 전형적인 수법
회사 홈페이지 운영부터 또렷한 서울 말씨까지 '진화'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물류 경영지원부서 ○○○대리입니다. 세금 감면 목적으로 불법이 아닌 편법을 이용해 차명계좌 모집 중입니다. 임대료는 2개 350만, 3개 550만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모르는 사람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오는 대출 등 스팸 문자이겠거니 생각하고, 잠시 훑어봤습니다. 기존 스팸 문자들과 달랐습니다. 회사명과 직함, 이름, 연락처, 회사 홈페이지까지 길게 나열됐습니다.

문자를 보낸 사연 역시 구구절절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에는 '유망한 중소기업'과 '세금 감면'이라는 그럴싸한 명분도 포함됐습니다. 550만 원이라는 목돈까지 어른거렸습니다.

누가 봐도 사람들을 꼬드겨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하는 '대포통장(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을 모집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입니다. 물론 회사 홈페이지까지 공개하는 등 이전보다 그럴싸하게 모양새를 갖췄다지만, 그래 봐야 낡디낡은 수법에 불과합니다. 

방점은 뒤에 찍혔습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보안서류를 보내드리니 대여해 주시는 분들이 차후 세금 불이익을 보신다거나 법적 처벌을 받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임대해주시는 계좌가 정상인지 확인 후 한 달 임대료 선지급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습니다. 본인 명의의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빌려주면 형사 처분 대상입니다.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또 이런 행위가 적발되면 최장 12년 동안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울 것도, 유별날 것도 없는 꼼수가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통할까에 대해 의문이 자꾸 들었습니다.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기 전까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물류 경영지원부서 ○○○대리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들었을 법한 어눌한 중국 동포 말투가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 말씨가 또렷했습니다. 흉내를 내는 것처럼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도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자신을 대리라고 소개한 전화 속 남성의 목소리는 '솔' 음에 가까웠습니다. 말솜씨 또한 유창했습니다. 쏟아지는 질문에도 미리 준비라도 한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사전 교육을 잘 받았는지, 이미 수차례 전화를 받은 탓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밝고 경쾌한 목소리는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매출이 늘면서 관세가 터무니없이 많이 나와요. 해외 거래업체로부터 받는 대금을 여러 통장에 나눠서 받으면 그만큼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해외 납품업체로부터 대금을 받는 용도 외에는 쓰지 않습니다. 절대 불법이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문제없다'는 그의 호언장담은 사실일까. 잠시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통장만 보내준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달 통장 임대료를 지급한다는 설명이 한참 계속됐습니다.

자꾸 망설이자 그는 회사 관련 인허가 서류와 자신의 재직증명서, 개인정보 등을 이메일이나 팩스로 얼마든지 보내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에 말마따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통장 임대료를 받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일단 통장(보안카드 포함)을 개설해 지정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하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가상계좌로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답니다. 대포통장 모집책이 쓰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입니다. 통장만 챙기고 달아나기 위한 꼼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접 만나서 통장을 전달하고, 돈을 받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잠시 주춤하던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제가 세금 담당 업무를 혼자 맡고 있어 아무 때나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퀵서비스 기사분도 저희 회사랑 직접 계약하셔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퀵서비스 비용도 저희 회사에서 전액 부담합니다. 통장도 여러 개 개설하시면 임대료도 거기에 맞게 추가로 드립니다. 지금까지 통장 보내주시는 분들 보면 기본적으로 2~3개 정도 하세요."

자꾸 망설인 탓인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직접 만날 것을 거듭 요청하자 그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수차례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결국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를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곧장 스팸 문자 신고를 했습니다. 이틀 후 해당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에서 착발신을 정지시켰습니다.

스팸신고가 접수되면 하루나 이틀, 많게는 한 달 동안 휴대전화 사용이 정지됩니다. 문자에 남긴 회사 주소를 다시 클릭했습니다. 버젓이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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