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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 구하기]'내 아이랑 마주칠까봐'···차가운 시선에 청소년쉼터 설치도 어려워

등록 2017.06.18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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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 구하기]'내 아이랑 마주칠까봐'···차가운 시선에 청소년쉼터 설치도 어려워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학교밖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로 돌아올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18일 여성가족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9세부터 19세까지 학교밖 청소년은 38만7000여명(2015년 기준)으로 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30% 가량은 청소년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나머지는 방치돼 있는 상태다.

 게다가 정부나 지자체 등이 이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쉼터 등을 설치하려 해도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제대로된 지원이 어려운 처지다.

 청소년쉼터는 일시쉼터·단기쉼터·중장기쉼터로 나뉜다. 청소년지도자 자격 보유자와 사회복지사 자격 보유자들이 청소년들과 상담하고 사례관리를 한다.

 금천중장기청소년쉼터 박미란 팀장은 "일시쉼터는 24시간~1주일, 단기쉼터는 3~9개월, 중장기 쉼터는 4년 안팎으로 머물 수 있다. 학업이 중단되면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이 처럼 가출청소년을 구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활동 여건을 확보해주기는 커녕 백안시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6일 신림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시의 '가출청소년 구하기' 행사에서 거리상담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 거리상담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시민들 통행이 어렵다고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청소년 피임권을 위해 콘돔을 나눠주려 했는데 뜻대로 하지 못했다. 아직 한국의 의식이 그 정도는 되지 않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신림역 승객쉼터에서 '찾아가는 거리상담 서울시 청소년상담시설 연합 거리상담'이 실시됐다. 사진은 상담 참가자 등에게 제공된 <a href="mailto:물휴지.hoto@newsis.com">물휴지. photo@newsis.com</a>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신림역 승객쉼터에서 '찾아가는 거리상담 서울시 청소년상담시설 연합 거리상담'이 실시됐다. 사진은 상담 참가자 등에게 제공된 물휴지. [email protected]

신림역내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하철 시민 쉼터에서 이렇게 하니 보기 좋지 않다. 자기들 상담실에서 따로 했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다 저쪽에 신경 쓰니까 장사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거 허가 받고 하는 것 맞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지하철 승객쉼터도 가까스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거리상담 행사는 1번출구 인근 대형쇼핑몰앞 지상공간에서 열렸는데 이 쇼핑몰 운영자가 가판을 펴고 장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소 제공을 거부한 것이었다. 한 청소년쉼터 직원은 "추운 겨울이 돼 공간이 비어야 위(지상)에서 행사를 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는 것은 거리상담 행사뿐만이 아니다. 청소년쉼터 자체가 인근 주민들로부터 기피시설로 낙인찍히고 있다.

 가출청소년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쉼터는 주택가가 아닌 상업시설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다. 입주한 공간에서 공사가 진행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 장소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서울시와 금천청소년쉼터는 최근 옮길 곳으로 인근 한 건물을 지목했는데 이 건물에 학원이 입주해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가출청소년들과 자기 자식들이 접촉할까봐 학부모들이 청소년쉼터의 건물 입주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소년쉼터는 가출한 청소년이 온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은 편이다. 그로 인해 청소년쉼터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이 가출청소년들을 안 좋게만 보지 말고 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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