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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돌려막기 횡행···뮤지컬 시장, '사느냐 죽느냐' 해결책은

등록 2017.06.19 09: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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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햄릿'. 2017.06.19. (사진 = 더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햄릿'. 2017.06.19. (사진 = 더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앞서 두 차례 당일 무대를 취소한 뒤 가까스로 공연을 재개한 뮤지컬 '햄릿' 사태로, 업계의 병폐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햄릿'의 제작사 더길은 15일 오후 8시 공연과 17일 오후 7시 공연을 객석에 관객을 입장시킨 뒤 취소 공지를 해 논란을 불렀다. 각각 예정 공연 시간보다 50분과 40분씩 늦어진 상황에서 취소 공지를 해 애꿎은 관객들만 피해를 봤다.

◇'햄릿' 사태, 원인은?

 '햄릿'이 당일 두 차례 공연을 취소한 이유로 의심 받는 건 일부 배우·스태프의 임금체불이다. 더길의 고원영 대표는 17일 취소 공지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제작사와 스태프 간 문제가 생겼다고 확인했다.

이로 인해 제작사와 배우·스태프가 임금체불 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의혹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더길 관계자 역시 "배우·스태프 갈등을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일단 공연을 이어간 더길은 예정된 7월23일 공연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작사와 스태프가 18일 공연만 우선 합의했다는 설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 규모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급속도로 커졌다. 10년 만에 200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후 지지부진, 현재 약 3000억원대로 파악되고 있다. 제작사와 작품 수가 급격히 팽창한 것에 비하면 판이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흥행에 성공하는 건 몇몇 작품에 불과한데, 업계 추산 한해 대략 2500편의 뮤지컬이 쏟아진다.

여기에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공연계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제작사의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재정적인 취약에도 공연을 올려야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는, 이른바 '돌려막기'의 병폐가 횡행했고 이번 '햄릿' 사태로 곪았던 것이 다시 터졌다는 분석이다.

돌려막기의 병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출연료와 임금 등이 정상적으로 지급이 되지 않자 배우와 스태프 등이 공연 시작 전 연기와 연주를 거부, 파행을 빚은 뒤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뮤지컬 '록키'의 라이선스 초연 역시 임금과 대관료 연체 등이 문제가 돼 개막 직전 취소된 바 있다.

더길은 지방 기반의 회사로 서울에서 대형 뮤지컬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더길의 이번 사태는 앞선 제작사들의 경우와 조금은 다르다.

앞선 제작사들은 인기 대형 뮤지컬을 올린 경험이 있던 곳이다. A공연이 망해도, B공연을 올려 A공연에서 진 빚을 갚았던 경우인데, 더길은 이번 공연을 위해 빚을 낸 뒤 수익을 통해 바로 갚으려는 조치를 취해서, 무리가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만 믿고 출연한 이지훈, 비투비 서은광, B1A4 신우, 빅스 켄 등 인기 배우들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 모든 배우, 스태프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뮤지컬 업계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햄릿' 경우 두 번의 공연의 취소에 대한 보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티켓 값 보상, 다른 회차 같은 좌석 등급으로 이전 등을 제작사가 제안했으나 관객들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관람 일자를 맞추기 힘든 아이돌 회차에 대한 보상이 문제인데, 아이돌 공연을 보러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들 교통비에 대한 지급은 요원하다.

◇해결책은 없나?

현재 '햄릿'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사전 제작비로만 개막할 수 있는 관행이다. 극장 측에서 제작사가 지불할 수 있는 대관료, 배우·스태프 임금 등에 대한 확인이 완료되지 않아도 일단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2017.06.19.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2017.06.19.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일단 유명 스타를 앞세워 개막하면 어떻게든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스타 캐스팅에 목매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공연예술산업론 교수는 "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우선 매출을 올려야하니 공연을 무리하게 개막하는 제작사의 관행이 또한번 여실하게 드러난 경우"라고 짚었다.

지 교수는 "브로드웨이처럼 최소한의 임금을 보증금으로 맡겨둔다던가, 전체 예산의 10-15% 정도를 예비비로 편성하는 방법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연 오픈 전까지 투자금이 완벽하게 확보되거나 안정적으로 운영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요원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뮤지컬 시장이 우선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투자 등을 받기 힘들 거라는 우려로 상당수 제작사는 매출, 관객 수 등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본격적인 도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공연전산망 구축사업은 공연관련 기관, 판매대행사 등에 분산돼 있는 공연티켓 예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가동은 늦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연전산망은 정확한 산업통계를 기반으로 각종 공공지원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공연기획, 제작, 투자, 배급사들의 정확한 투자수익률 예측을 가능케 함으로써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연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햄릿' 같은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유명하지 않거나 경력이 일천한 배우 그리고 스태프 일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흔히 표준계약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미니멈 근로조건(임금 포함)에 대한 시장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소한 그것이 보장될 수 있도록 뮤지컬협회나 프로듀서협회와 같은 중립기관의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소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아두는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다"며 "또한 반복적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제작사나 프로듀서에 대한 규제장치도 마련해야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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