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자수첩

[기자수첩]쿠팡은 김범석의 실험실이 아니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7-06-21 05:00:00  |  수정 2017-06-21 08:29:58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2020년 매출 40조 달성, 아마존을 따라잡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19일 팀장 이상 관리자급들과 함께 회사의 현재 상황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에서 향후 비전을 이같이 언급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1조9000억원이었다. 2010년 창립된 쿠팡이 단기간에 2조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불과 3년 내에 20배가 넘는 40조 매출을 목표로 잡은 것은 다소 황당해 보인다. 협소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아마존을 따라잡겠다는 발상은 더욱 그렇다.

김 대표의 담대하면서도 한편으론 황당한 비전제시는 왜 나온 것일까. 최근 집중적으로 제기된 언론의 문제제기를 덮으려는 내부 무마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크다.

실제로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쿠팡맨 부당해고', '임금 미지급', '한국인 평가 차별' 등에 대한 언론보도를 '악의적'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며 일축했다고 전해진다.

기자는 이번 쿠팡사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국내 언론을 어떤 수준으로 인식하는지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 정당한 보도를 자칫 호도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쿠팡의 여러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사실 부담감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기사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제보와 응원은 이어졌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이뤄, 과도한 자기 확신에 빠져있는 김범석 대표에게 경종을 울리기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질타도 있었다. 정황은 있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기사화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왜 자신이 제보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제보자도 있었다.

특히 한 제보내용은 기자가 쿠팡의 내부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는데 큰 힘이 됐고, 모멘텀이 됐다.

해당 제보자는 기자의 이메일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한국땅에서, 한국 고객을 상대로, 한국인 직원을 부려 회사를 유지하는 입장에서 왜 그렇게 한국직원들의 능력이나 현지문화를 적대시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건 전직원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신 많은 동료 중에는 아직도 자긍과 애정에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제발 이 기회에 투자자와 고객의 현명한 판단과 관심으로 '회사다운 회사'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김범석 만의 쿠팡이 되기엔 회사가 너무 성장했다.
 
 
jmkim@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