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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프랜차이즈 없는 골목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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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7-13 05:00:00  |  수정 2017-07-13 10: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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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곽경호 산업2부장 = 얼마전 필자가 사는 동네에 조그만 수제돈까스 가게가 문을 열었다. 3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셰프겸 사장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틈바구니에도 불구, 당차게 가게문을 연 기개가 가상해보여,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오가며 "왜 저렇게 손님이 없지"하는 안타까움이 반복되더니 결국 최근에는 가게 불이 꺼져 버렸다. '비(非) 프랜차이즈'의 절망에 부딪힌 것이다.

가맹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집어삼킨지 오래다. 햄버거, 피자, 제빵, 치킨, 돈까스, 커피, 생맥주 등 품목도 엄청나다. 동네 대로변을 한바퀴만 돌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파리바게트, 미스터피자 간판이 줄줄이 붙어 있다. 온통 프랜차이즈 세상이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수준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는 낫다. 어쭙잖은 브랜드를 내걸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들도 부지기수다. 2015년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수는 무려 5273개였다. 여기에 딸린 가맹점 숫자는 21만8997개나 됐다. 이들 가운데 매년 10% 내외는 1년도 안돼 문을 닫는다. 대다수는 영업 부진으로 폐점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못견뎌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않다. 한해 2만명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가슴에 피멍을 안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창업 관련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프랜차이즈 본사 설립과 관련된 Q&A가 수두룩하다. 사무실과 직원 서너명, 직영점 한곳만 있으면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주류다. 이렇게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가맹점 50군데만 확보하면 본사 사장은 평생 먹고 살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로 돼 있다. 부실 프랜차이즈는 영세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가 과거에 알던 40대 A씨의 사례다. 그는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과 위로금을 탈탈 털어 펍 레스토랑 형태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개설했다. 본사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 적지않은 돈을 쏟아 부었다. 잘 알려지지않은 브랜드였으나 신문광고를 집중적으로 해 댄 탓에 믿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10여곳만 개설한 뒤 영업부진으로 파산했고, A씨 가게도 결국 1년을 못가 문을 닫았다. 가맹점 개설 당시 약속됐던 본사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씨의 사례 처럼 부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만 쉬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소위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폐점률도 만만치가 않다. 한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가맹점 폐점률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놀부의 분식업종 '공수간'(41.5%)이었다. 롯데리아의 아이스크림·빙수브랜드 '나뚜루'(23.7%), 일식 동원산업 '동원참치'(22.8%), 피자 이랜드파크 '피자몰'(22.2%) 등도 폐점률이 높게 나왔다. 프랜차이즈의 허상만 믿고 쫒았던 결과의 한 단면이다.

2015년 폐업한 자영업자수는 73만9000명이며 이중 음식점업은 15만3000명이나 된다. 수억원의 창업 비용을 들이고도 폭망(폭삭 망함)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프랜차이즈에 치여 설 곳을 잃다가 폭망한 일반 영세음식점들 모두가 피해자들이다. 체계적인 브랜드 통합과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한 창업 성공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순기능이다. 국내 외식산업 발전과 선진화에 기여하는 프랜차이즈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풀뿌리 동네 상권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프랜차이즈 만능주의'는 차제에 자취를 감출때가 됐다. 프랜차이즈와 동네상권이 절묘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kyo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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