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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시킨다"는 서울시

등록 2017.07.14 09: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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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시킨다"는 서울시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금일 오전 10시 예정됐던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협약식은 현대제철과 삼표산업간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잠정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0일 서울시는 서울숲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협약식을 불과 30여분 앞두고 돌연 관련 행사를 취소했다.

 이날은 서울시와 성동구, 현대제철, 삼표산업이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을 2022년 7월까지 이전·철거하고, 그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미완(未完)의 서울숲'을 완성키로 최종 합의하는 날이었다.

 이번 협약식은 소음과 먼지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성동구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자 레미콘 업계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발점인 만큼 서울을 넘어 전국적 관심을 받았던 사안이다.

 서울시는 협약식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2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박원순 시장 역시 2년여 전인 2015년 10월 성수동에서 진행된 '일자리 대장정'에서 "공장 이전 문제를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사인'만 남았던 협약식이 무산된 것. 서울시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멘붕"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삼표산업은 '대외적인 신뢰 하락'이 뻔히 보이는데도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실제로 이날 궂은 날씨에도 협약식에는 많은 주민들과 공무원, 취재진들이 참석한 상황이었다.

 이번 협약식을 전후로 각자의 이해를 점검해보자.

 협약식 당일 오전 삼표산업은 또다른 당사자인 현대제철에게 '대화가 좀 더 필요하다'고 느닷없이 통보한다. 이 땅은 부지 소유주는 현대제철이지만 레미콘 공장을 돌리는 주체는 삼표산업이다. 서로의 기득권을 놓고 이해다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삼표산업이 대화가 필요하다고 통보한 이면에는 보상비용과 관련해 '뭔가 계산서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담긴 것.
 
 현실적으로 어떤 계산이 틀어졌을까.

 레미콘 공장은 레미콘이 굳지 않기 위해 최대 1시간30분 이내 건설현장에 공급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성수동은 강남과 강북 모두 이동이 쉽고, 서울 전역 어디든 1시간내로 공급이 가능하다. 삼표산업 입장에서는 성수동 공장을 포기할 경우 새로 이전할 마땅한 대체지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표산업이 협약식 당일 약속을 깨버리는 무리수를 선택한 것은 '보상비용 문제'라기 보다 '공장 이전 요구를 외면하기 위한 명분'이라는 얘기마저 들릴 정도다. 업계에선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진단한다.

 이번 협약식 무산 해프닝은 그렇다면 삼표산업만의 책임인가. 서울시 역시 이 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울시가 이같은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을리 없다. 이해가 충돌하는 복잡 미묘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서울시의 '협의 노력'이 뭔가 부족했거나, 불성실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막판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협약"이라고 치부했다. 그래놓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잠정 합의'라고 수정, 주장했다. 공식 협약식 역시 연기된 것일 뿐 무산된 것이 아니며, 오는 2022년 7월까지 공장을 이전한다는 큰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박원순 시장이 '임기 내 공장 이전'이라는 목표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머쓱해진 서울시는 현대제철과 삼표산업간 조율이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내' 협약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은 처음과는 조금 달라졌다. 당초 일을 빨리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한 번 '삐끗'한 전력이 있는 만큼 또다시 좌초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세심한 논의와 검토가 진행돼 다시는 주민들이 헛걸음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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