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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공포의 대형견' 누가 만드나?

등록 2017.09.10 16: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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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1. 지난 6월15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도봉구 한 주택가에서 이모(31)씨가 키우던 대형견 도고 아르헨티노와 프레사 까나리오가 행인들을 습격했다. 30대 여성이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다른 시민 2명도 각각 개에게 물리거나 넘어지면서 부상했다.

#2. 지난 7월7일 오후 9시께 경북 안동시 남선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A(78·여)씨가 개에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발견 당시 목에 개에게 물린 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를 공격한 개는 집에서 기르던 풍산개로 확인됐다. 풍산개는 목줄이 풀린 채 콧잔등과 입 주위에 혈흔이 묻어 있었고, 집에서 3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는 송곳니 1개도 발견됐다.

#3. 지난 7월12일 오전 11시50분께 경기 의정부시 낙양동에서 정모(77·여)씨가 밭일을 하다 대형견 그레이하운드 두 마리에게 공격을 당했다. 정씨는 심각한 부상은 하지 않았지만, 매우 놀라 인근 병원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 지난 8일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 박물관 산책로에서 대형 사냥개 네 마리가 산책을 나온 40대 부부를 공격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남편은 몸 여러 곳에 이빨 자국이 났고, 부인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이 개들은 주민 강모(56)씨가 멧돼지 퇴치를 위해 키운 믹스견들로 사건 당시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뉴시스】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의 한 장면.


지난 6~7월 빈발하며 사회 문제로 부각되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목줄 풀린 대형견 시민 습격 사건이 최근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대형견들은 사냥, 개싸움 등 특수 목적은 물론 일반 가정의 반려, 심지어 식용 등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길러진 것들이다.

이들은 집이나 개장을 탈출해 외부를 배회하던 중 만난 낯선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켰다.

피해자는 어린이부터 밭에서 일하던 노인, 길에서 만난 성인 남녀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안동의 풍산개처럼 자기 주인을 해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개 훈련 전문가들은 "백병전을 할 때 군견(주로 대형견 독일 셰퍼드, 벨기에 말리노이즈 등) 한 마리가 군인 10명 몫을 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견이 비무장 일반인을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들 대형견이 시민을 공격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궁금증이 생겼다.

기자도 러프 콜리, 골든래트리버, 도베르만 핀셔, 벨지안 십독, 사모예드 등 여러 종류의 대형견을 키웠다. 개를 맡긴 애견훈련소에서 어깨너머였지만 훈련 과정도 지켜봤다.

그러다 보니 대형견이 오히려 소형견보다 인간에게 친절하고 온순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투견'으로 유명한 핏불테리어도 다른 개에게는 그렇게 사나울 수 없지만, 사람에게는 그만한 순둥이가 없을 정도다.

그 개들이 시민을 만나 반갑다고 달려들었는데 오해가 빚어져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면 결국 견주가 개에게 대형견에게 걸맞은 훈련, 아니 훈육은 제대로 해왔는지 의문이 든다. 혹시라도 일부는 견주가 개를 '학대'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할리우드 영화 '마견'(감독 새뮤얼 퓰러) 포스터.

【서울=뉴시스】 할리우드 영화 '마견'(감독 새뮤얼 퓰러) 포스터.


대중의 호응을 얻는 '3B(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 중 하나답게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많다. 그 중에는 개가 '악역'을 맡은 영화도 여럿 있다.

앞서 2012년 2월 개봉한 송강호, 이나영 주연의 스릴러 '하울링'(감독 유하)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한 전직 개 훈련사가 늑대와 개의 혼혈견을 훈련해 과거 자신의 딸을 집단 성폭행한 범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개는 주인에게 충성하기 위해 '살인 병기'로 전락한다.

할리우드에는 1982년작 '마견(원제 'White Dog', 감독 새뮤얼 퓰러)이 있다.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해 흑인을 보면 죽을 때까지 공격하도록 훈련된 흰 저먼 셰퍼드의 이야기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개에게 얼마나 끔찍한 운명을 부여하게 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동시에 인간이 개를 기른다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것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최근 사람을 공격한 개들은 끝내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도고 아르헨티노는 현장에서 출동한 경관에게 사살됐고, 그레이하운드는 산으로 달아났다 내려와 수색 중인 경관에게 발각돼 역시 사살됐다. 풍산개는 경찰에서 보호받다 안락사 처리됐다. 이번 믹스견 네 마리는 견주가 스스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는데 안락사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려견이 붐을 이루면서 남과 다른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무턱대고 대형견을 선택했지만, 제대로 키우지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동물보호단체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정부 역시 대형견에게 입마개나 목줄을 채우는 정도의 대책 마련에 급급하지 말고 사건들의 원인을 꼼꼼히 살펴 사고를 예방하는 동시에 동물권도 지켜줄 것을 간곡히 청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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