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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1800만원 다큐멘터리'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이 남긴 것

등록 2017.07.16 13: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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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왼쪽부터), 신야 연출 신아리,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907 연출 설유진,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왼쪽부터), 신야 연출 신아리,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907 연출 설유진,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극을 한 지 3년이 됐는데 제 창조활동이 지금까지는 경제생활에 도움이 안 됐어요."(극단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들도 창조활동이 경제활동에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생활과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예술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죠."(극단 '신야' 연출 신아리)

"처음부터 경쟁이나 서바이벌에 참여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합의를 도출해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창작 방법이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경쟁을 벗어날 수 없었죠."('잣프로젝트' 이재민 연출)

"예술가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저도 모르게 환경에 지배를 당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극단 '907' 연출 설유진)

대학로의 젊은 4개 극단이 우승상금 1800만원을 놓고 경합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형식의 연극 '창조경제_공공극장 편'이 16일 오후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을 내린다.

서울문화재단(대표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앤드씨어터가 이달 6일부터 이끌어온 작품이다. 서바이벌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앤드씨어터를 포함한 배우 40명의 나이는 평균 30.3세, 극단의 창단기간 평균은 4.2년차다.

앤드씨어터가 지난 2015년 혜화동1번지 '가을페스티벌-상업극'에서 처음 선보인 '창조경제'를 확장시킨 것이다. 앤드씨어터 전윤환 연출의 '나의 창조 활동이 나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에서 비롯됐다.
 
14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난 전 연출 그리고 경쟁에 참여한 변영진(불의전차)·신아리(신야)·이재민(잣프로젝트)·설유진(극단 907) 연출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성찰과 토론의 장을 확장시키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왼쪽부터), 907 연출 설유진,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신야 연출 신아리,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왼쪽부터), 907 연출 설유진,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신야 연출 신아리,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email protected]

'창조경제_공공극장 편'은 '리얼리티 쇼'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슈퍼스타K' 또는 '쇼미더머니' 같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하며 연극 초반까지 즐거운 쇼로 위장하지만 참여 극단의 작업과정과 생각 등이 들어간 다큐 필름이 상영되고 각 극단의 실제 삶이 녹아들어간 작품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대학로의 지난한 현실에 대한 아픈 속살이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기조 중 하나였던 '창조경제'를 제목에 차용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비판한다기보다, 젊은 연극인에 대한 창작 지원제도 자체가 부실한 이 판에 약육강식의 서바이벌이 합당한 지, 공공극장에서 이런 경쟁을 하는 것이 공공성에 합당한 지 등에 대한 작품 자체가 물음이다.

우승팀은 매 회 치러지는 관객 투표결과를 합산해 마지막 9회차(16일) 공연에 선정된다. 하지만 관객이 무조건 한 팀에만 투표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공연 초반 투표 섹션은 3가지로 나눠졌다. 섹션 1은 전 연출의 의도대로 우승한 극단에 총상금 18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찬성하며 응원하는 극단에 투표를 하는 것, 섹션 2은 이 경쟁에 반대하며 상금을 4개 극단에 450만원씩 똑같이 나누자는 것이다. 섹션 3을 선택하면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해당 의견에 10명 이상이 동의하면, 투표가 가능한 정식 섹션으로 추가된다. 전 연출 식 민주주의의 변용이다.

결국 13일 공연까지 섹션3을 통해 우승상금 1800만원에 티켓 수익을 더한 모든 수익을 앤드씨어터를 포함한 5개 극단에 균등 분배하자는 섹션 4(경쟁 반대), 최종 순위별로 상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섹션5(경쟁 찬성)가 추가됐다.
 
정식 섹션으로 추가되지는 못했지만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에서 네팀 모두에게 1800만원 씩을 마련해주라는 의견, 정식으로 투표를 포기할 수 있는 섹션을 마련해달라는 의견 등이 흥미로웠다고 전윤환 연출은 전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왼쪽부터), 907 연출 설유진,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신야 연출 신아리,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연출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잣프로젝트 연출 이재민 (왼쪽부터), 907 연출 설유진, 불의전차 연출 변영진, 신야 연출 신아리,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 2017.07.14. [email protected]

전 연출은 "처음에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와 작업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 연극을 함께 진행하려고 했으나 각 극단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이 있어 다큐 부분을 더 담지 못했다"며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 관객들과 참여자들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처음 구상이었는데 그 부분도 넣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그 과정을 다 노출시키지 않은 것이 결과론적으로 더 깔끔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100만원씩의 제작비가 주어진 4개의 극단은 13분 안팎의 자신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참가팀 중 최다출연자인 14명을 앞세운 극단 불의전차는 변영진 연출이 구상하고 있던 세 개의 작품의 각각 이미지를 따와 세 장면을 선보이는데 모두 다 에너지가 넘실댄다. 마지막에 14명이 함십해 전투기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일품이다.

지난해 말 한 TV 홈쇼핑에서 연극 '니가 인간이라면'을 선보여 판매 예정이던 라면을 모두 팔아치우는 등 평소 연극의 경제활동 치환에 대해 고민해온 극단 신야는 지난 6월 강원 양양 설악해수욕장에서 진행한 '버스킹 연극'를 무대화한 '변태들의 행진'을 올리고 있다.
 
잣프로젝트의 '골목을 돌아서'는 이번 '창조경제-공공극장편'뿐만 아니라 연극인의 창조 활동 자체가 경제 활동에 과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스크린에 30여개의 질문이 떠오르고, 배우들은 장기 또는 체스의 말처럼 이에 대해 몸짓으로 답한다.

극단 907의 '운동장에서'는 루저로 보이는 여성 그보다 더 삶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듯한 여성이 사소한 것들로 사과나무를 10분 만에 키우는, 한줌의 희망을 지닌 동화 같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극단 앤드씨어터 연출 전윤환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4. [email protected]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의 표를 받은 극단은 불의전차. 불의전차의 변영진 연출은 "700만원을 갖고 작품 3편을 만들었는데 1800만원은 정말 큰 액수"라며 "이 돈이 정말 필요해서 참여했지만, 경쟁 과정 자체를 사유한 적은 없다"고 했다.

"연출자로서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돈이 필요했죠. 더욱이 남산예술센터는 저희 극단에 속한 서울예대 출신 배우들이 다시 한번 밟고 싶어하는 무대였어요. 졸업공연을 여기서 하는데, 정작 프로 무대로 나와서는 오르기 힘든 곳이거든요. 13분이지만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죠."

한편에서는 극단 불의전차가 인해전술로 가장 많은 표를 차지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전윤환 연출에게도 첫날 말했어요. 인맥싸움이 될 수 도 있으니 그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요. 근데 너무나 예상한 것처럼 저희가 1등을 해버리니, 솔직히 힘듭니다. 작품을 갖고 욕을 하면 차라리 나은데 말이죠. 하루에도 냉탕과 온탕을 20번씩 왔다갔다해요. 불의전차가 성장하는데 발판이 되고 있죠."

특정 주제를 받고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극단 907의 설유진 연출은 "주제와 직접적인 것이 아니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창조경제라는 것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지원 시스템 안에서, 경쟁 시스템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기본적이 충족되지 환경에 있으니까 예술가로서 삶을 계속 돌아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부분이 작품으로 나올 수밖에 없죠. 그동안 제 이야기가 관객에게 스며들기를 바랐는데, 정작 대화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연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907 연출 설유진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서바이벌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과 이 경쟁 시스템 연극에 참여한 907 연출 설유진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14. [email protected]

극단 신야는 이미 '창조 활동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작업 방식에 대해 고민해왔다. 연극을 선보이는 동시에 책갈피, 수박 슬러시, 군고구마 등을 팔아치웠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공연 자체도 팔아보자는 생각에 양양 해변에서 지난달 내내 머물며 공연했지만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대신 그 때 생긴 에피소드를 이번 '변태들의 행진'에 담았다.

해변에 머물면서 서핑 숍 사장과 친해진 덕분에 8월 그곳에서 일을 하며 대본을 집필하게 됐다는 신아리 연출은 "'창조경제 - 공공극장편'을 통해 한번쯤은 우리 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며 "우리 작품의 취향을 마음에 들어하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잣프로젝트의 이재민 연출은 "이 안에서 당연시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재질문함으로써 다른 반문이든 다른 이야기든지를 계속 하고 싶었고 그래서 질문이 계속 나왔다"고 했다.

"모든 삶 속에는 질문이 있고 선택하는 것도 있죠. 하지만 많은 시간을 갖기 힘들어서 사유는 힘들어요. '골목을 돌아서'에서는 질문에 따라 움직이는 몸과 변형되는 몸을 통해 재질문을 계속 하고자 했어요. 사회의 기준에 의해 배제를 당하는 것에 대한 움직임이죠. 그럼에도 제 태도는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젊은 연극인들의 수많은 고민 속에는 경쟁으로 창조활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작품과 그 너머의 예술적인 것에 대한 만족감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수 관객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공공성의 지원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서류 위주로 평가 받는 지원 시스템이 옮은지 등의 질문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럼에도 힘겹지만 이 안에서 자신들만의 화법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극단 불의전차 변영진 연출은 "과연 정답이 있을까? 또 하나의 모순과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닐까"라며 "이 프레임 안에서 제가 해야할 연극을 묵직하게 끌고나가려 한다"고 했다.

극단 907의 설유진 연출은 "실제 연극계에서는 제작비 100만원, 공연장, 10분의 러닝타임조차 주어지기 힘들다"며 "작품이 만들어지기에 앞서 지원서 몇장으로 우리 존재 자체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우선 어떻게 하면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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