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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제전악-장미의 잔상' 안성수 & 라예송 "미래 염원"

등록 2017.07.17 09:01:29수정 2017.11.14 11: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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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라예송 선생님의 음악을 한번 듣고 바로 믿음이 생겼어요. 전통 악기만으로도 이렇게 미니멀하게 음악을 들려주시는 분도 있다는 걸 느꼈죠. '제전악-장미의 잔상' 음악은 춤곡이지만 춤이 없어도 음악만으로도 완전해요. 음악만으로도 '완전무결한 작품'인 거죠."(안성수 예술감독)

"원래 안성수 감독님 팬이었어요. 각자 개성 강한 무용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무엇일까, 가장 신기해했죠. 무엇보다 무용수의 움직임에서 음악이 보이니까 저 역시 공부가 됐어요. 근데 그런 대단한 분이 저를 믿어주시니까, 처음에는 부담이 됐지만 작업이 굉장히 편했어요."(라예송 작곡가)

안성수(55)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과 작곡가 라예송(32)은 서로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어느 예술적 콤비보다 단단한 호흡을 자랑했다.

지난 13일 오후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의 첫 협업물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제전악-장미의 잔상'의 일부 장면을 미리 공개했는데 안 감독의 안무와 라 작곡가의 음악은 마치 태생부터 한몸인 듯 척척 달라붙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안 감독이 지난해 말 국립현대무용단에 부임한 이후 처음 자신이 안무해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안 감독의 전작 '장미'(2009년 초연)와 '혼합'(2016년 초연)의 확장판이다. '오고무' 등이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는데, 한국춤과 서양무용의 해체와 조립을 통한 탐구와 실험의 연장선상이다. 단군신화, 신라의 서동요, 조선의 유랑광대, 제전의 북춤 등을 도드라지게 보여주기 보단 작품 안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이미지로 선보이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7.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7.17.  [email protected]

특히 안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의 신예인 라 작곡가를 발탁해 화제가 됐다. '제전악-장미의 잔상' 제목도 라 작곡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라 작곡가는 "안 감독의 전작 '장미'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떠올렸다"며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바가 전적으로 드러나기보다 잔상에 담긴 채 드러났으면 해서 잔상을 제안드렸다"고 웃었다.

작업 초기 안 감독은 라 작곡가에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통악기가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양곡을 국악기로 그대로 옮기는 편곡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두 사람은 ‘제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라 작곡가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그리고 전통 타악기 등 10여 개 이상의 전통 국악기로만 구성하고 작곡한 60분간의 무곡(舞曲)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스무살 아래인 라 작곡가에게 깎듯이 존댓말을 쓰고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덧붙이는 안 감독은 "라 선생님 음악은 표현하기에 자유롭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email protected]


"저 같은 경우에는 감히 접근하기 힘든 음악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피아졸라 같이 너무 꽉 찬 음악은 제게는 들어갈 여지가 없죠. 근데 라 선생님은 제게 맞는 리듬과 장단을 잘 만들어 주셨어요."

안 감독님이 지난해 말 라 작곡가에게 음악을 부탁했고 올해 초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라 작곡가는 "안 감독님이 소리에 아주 예민하시고 좋아하시는 것과 싫어하시는 것이 분명하셨다"며 "처음에는 그런 부분들이 파악이 안 돼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만드시는 안무를 보고 틀을 짜고 계속 상의를 하며 만들어나갔다"고 귀띔했다.

라 작곡가는 아기자기하고 또렷한 세련된 이목구비와 달리 아날로그한 감성을 자랑한다. 휴대폰도 '굉장히 구닥다리'이고 악보도 컴퓨터 대신 손으로 다 그린다.

어렸을 때부터 국악과 한국 무용을 좋아해 꼬마였을 때부터 한복을 입고 돌아다녔다는 라 작곡가는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그 마음이 변치 않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email protected]


"전통음악이 퓨전 등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데 저는 전통음악이 단절의 역사를 가지지 않았다면 미래에 어떻게 변해갈까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이 반성을 요하고, 이것에서 비롯된 작업을 싸우면서 해나가는 거죠."

순한 얼굴과 말투와 달리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라 작곡가가 굳세게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개인발표회를 선보인다. '제전악-장미의 잔상'에서 함께 한 무용수 분 중 한두분과 함께 할 구상도 가지고 있다.

안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에 부임한 지 반년 만에 '쓰리볼레로' 등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 감독은 "그것을 가능케 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고 사무국 팀들이 그것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했다"며 "제 엔터테인먼트 기질을 믿어줬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줬어요.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기획 아이디어가 다 있는데 무용수들과 협업을 만들어내는 건 안무자의 몫"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립현대무용단 제전악 '장미의 잔상'의 안성수(오른쪽) 감독과 라예송 작곡가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17.  [email protected]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안 감독이 그간 펼쳐오며 호응을 얻은 '굿 시리즈'의 마지막편이자 완결편이다. '장미'(봄의 제전)(2009)는 땅과 여성을 예찬하는 굿이었고, 국립무용단과 함께한 '단'(2014)은 기원제였으며, '혼합'(2016)은 가장 슬펐던 진혼제였다.

안 감독은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작품"이라며 "많은 사건과 사고를 잘 이겨낸 우리를 위한 축제"라고 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입니다.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찬란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돌아보고, 우리만의 아름다운 문화가치에 자긍심을 갖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하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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