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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컴백' 나훈아, 느끼함 벗고 애절함...'드림 어게인'

등록 2017.07.17 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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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7.11. (사진 = 나예소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7.11. (사진 = 나예소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둑어둑 해질 무렵 집으로 가는 길에 / 빌딩사이 지는 노을 가슴을 짜-안하게 하네 /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전철 두 번 갈아타고 / 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 아버지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男子)의 인생(人生)"

칠순의 가수 나훈아(70·최홍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무엇보다 그동안 신비주의 일관하던 태도와 달리 평범한 삶에 대한 소중함과 그것에 대한 애절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11년 만인 17일 오후 발표한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이 증명한 것이다. 전 아내 정모씨와 이혼소송 등 지난한 남자의 인생을 보낸 그의 노래 7곡에는 한층 연륜과 관록이 묻어났다.

동시에 연민도 느껴진다. "홍대에서 버스타고 쌍문동까지 서른아홉 정거장 /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 / 남편이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 /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이라고 이 시대의 중장년에 공감하는 노랫말이 대표적이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는 나훈아의 영민함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렇다"며 "'남자의 인생'은 뭉클함이 느껴지는데 평범한 남자 인생의 일상마저도 부러워하는 기조가 배어 있다"고 들어 있다. 이혼 등을 통해 남편 또는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배어 있다는 해석이다.

"객기는 부리지마 / 오기도 부리지마 (…) 사랑은 아무도 몰라"라고 노래하는 '몰라'에서는 인생의 달관 또는 초연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초연함은 일부 예상됐던 바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히트곡을 내며 수십년간 톱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다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하고 두문불출했다. 2008년 1월 '야쿠자에 의한 신체훼손설' 관련 기자회견 뒤 여행 등을 다니며 은둔했다.

소속사 나예소리의 윤중민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왜 떠나려고 하는가 하고 묻자 나훈아는 '갑자기 관객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졌고 마이크 잡기가 힘들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인데 꿈이 고갈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꿈을 찾아 떠나려 한다'며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노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나훈아가 11년 만에 잡은 마이크다. 이런저런 가슴이 아픈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꿈을 가슴에 차곡차곡 품고 돌아왔다"며 "떠날 때도 아무말 없이 떠났듯이 돌 아올 때도 그는 그냥 아무말 없이 애타면서도 묵묵히 기다려준 음악 친구들과 혼심을 다해 다양한 리듬과 색깔의 앨범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창법적인 면을 살펴보면 칠순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매끈하다. 끝을 올리는 특유의 창법에서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 목소리에는 다소 느끼함이 배어 있다는 평도 있었는데 연륜의 목소리가 오히려 이 부분을 상쇄하기도 한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애잔하면서도 요란하지 창법은 여전하다"면서 "잔잔하게까지 들린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7.11. (사진 = 나예소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7.11. (사진 = 나예소리 제공) [email protected]


재즈 풍의 브라스와 일렉 기타의 조화가 인상적인 '모래시계'에서 창법은 나이를 잊을 정도로 꽤나 경쾌한 음색을 들려준다.

이번 나훈아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다른 앨범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유튜브에서 수록곡 '남자의 인생' 뮤직비디오도 볼 수 있다.

10~20대 위주의 음원차트와 뮤직비디오 조회수에서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네이더,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나훈아' '남자의 인생' 등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오는 11월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같은 달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 등 하반기 콘서트 때까지 중장년층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 서서히 인기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는 업계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최근 이슈가 드문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외에 중장년층을 위한 가요계 이슈가 드물던 때에 단비 같은 존재"라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그답게 이번에 역시 신선했다"고 평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트로트의 절대 지존' 나훈아의 전성기가 우리나라 가요계에 전성기였다"며 "무대가 아니라 테이블 위에 올라서야 했던('야쿠자에 의한 신체훼손설' 관련 기자회견 당시) 비운의 가수 나훈아가 한국스타 명암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 뒤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펼쳐보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에 나훈아의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높게 봤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음악성과 함께 삶에 대해 공감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독 중장년층이 힘든 시대에 그들을 위로하는 이번 앨범은 나훈아가 시대를 정말 잘 읽는 대중가수라는 걸 증명한다"고 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도 “나훈아만의 특유의 감성과 메시지가 살아있다. 이 시대 남자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처럼 메시지가 쉽고 친숙하게 와 닿는다"며 "우리 가요계에 특히 중년들의 삶을 그린 노래들이 많이 나와 가요계가 다양하게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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