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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베를린 신드롬'에서 혼여의 위험성을 떠올리다

등록 2017.08.01 07:58:27수정 2017.08.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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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호주 영화 ‘베를린 신드롬’(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호주 영화 ‘베를린 신드롬’(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감을 얻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 홀로 여행을 온 호주의 여성 사진작가 ‘클레어’(테레사 팔머).
 
그는 우연히 그곳에 사는 매력남 ‘앤디’(마르크스 리멜트)를 만난다. 클레어는 다정다감한 앤디에게 순식간에 빠져들고 베를린 시내 외딴곳에 있는 앤디의 아파트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이튿날 고교 교사인 앤디가 출근한 뒤 집에 홀로 남은 클레어는 외출하기 위해 문을 열려 한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앤디가 두고 간 키로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클레어는 창문을 열려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굳게 닫힌 상태다. 게다가 강화유리라 의자를 집어 던져도 의자만 망가질 뿐 유리는 까딱없다.
 
스마트폰을 켜자 유심 카드가 없다는 경고 메시지만 뜰 뿐이다.
 
클레어는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이 앤디에게 납치돼 베를린 어딘가에 감금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 7월6일 개봉한 호주 영화 ‘베를린 신드롬(Berlin Syndrome)’의 일부 줄거리다 .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인 ‘스톡홀름 신드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낯선 나라에서 현지인 남성과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납치된 외국인 여성 여행객이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자포자기 상태에서 납치범에게 동화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호주 여배우 테레사 팔머의 전라 노출·파격적인 베드신을 불사한 열연, 독일 배우 마르크스 리멜트의 소시오패스 연기 등이 호주 출신 여성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섬세한 연출과 어우러지며 영화 속 상황은 ‘혼여(혼자 하는 여행)’가 늘어나는 요즘,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위험으로 다가선다.

이 영화와 똑같지는 않지만, 최근 외국 여행 중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박하던 외국인 여성 여행객이 현지인 집주인에게 각종 피해를 보는 사건이 이어져 충격을 줬다.
 
특히 외국 여행 내국인 2000만 명 시대여서인지 한국인들도 피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하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원룸 아파트에 묵던 한국인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집주인인 30대 일본인 남성과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한국인은 아니지만,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일이 확인됐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난해 스위스 베른과 일본 오사카, 지난 6월2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이 중 후쿠오카 몰카 피해자는 한국인 여성 여행객이었다.
급기야 우리 외교부는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를 통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일본 민박 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최근 후쿠오카 지역을 관광 방문한 우리 국민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민박집에서 몰래카메라, 성폭행 등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면서 “일본 지역의 민박집 중 정식 등록업체가 아닌 경우가 많아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용 시 정식 등록업체인지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박집 내에서 낯선 사람과의 음주 등 신변안전에 우려가 될 만한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설 이용 중 의심스러운 점이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는 즉시 현지경찰 또는 영사콜센터(☎ +82-2-3210-0404), 우리 공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현지 민박을 이용하는 국내 젊은 층 여행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숙박비를 크게 낮출 수 있고, 현지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안전까지 검증되지는 않아 이용객이 각종 위험, 특히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후쿠오카 사건처럼 여성 두 명이 함께 여행해도 피해를 보는 상황이니 여성 혼여족은 더는 말할 것도 없다.
기자의 지인은 최근 잇따른 사건 관련 뉴스를 접한 데다 이 영화마저 보고 난 뒤 심각하게 고민하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항공료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프랑스 리옹 혼여 계획을 취소했다.
그처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낯선 나라에서 자신에게 닥칠 위험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필수다.
 
그 나라에서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먹으며, 어떤 것을 사올까 생각하는 것 절반만큼의 시간이라도 자신과 일행의 안전을 위해 할애한다면 평생 남을 추억 만들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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