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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사고 7~8월 최다···'드롬비'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17.07.26 15:27:45수정 2017.07.26 1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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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졸음운전 사고 발생 현황.

【서울=뉴시스】졸음운전 사고 발생 현황.

매년 2500건 안팎 발생···최근 4년간 2만여명 사상
여름 휴가철 7~8월 졸음운전 사고 발생 빈도 높아
무더위·열대야로 체력 떨어지고 수면 부족도 원인
버스기사 졸음운전 빈번···"운전자·업주 처벌 강화"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서울에 사는 김모(40)씨는 최근 여름휴가를 맞아 이른 새벽부터 가족들과 부산으로 떠났다. 김씨는 휴가를 가기 전날까지도 야근을 하며 과도한 업무를 한 탓에 운전 중에 졸음이 쏟아졌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껌도 씹으며 잠을 쫓아내려 애써봤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겼다.

 한 1~2초 지났을까. 김씨는 조수석에 앉은 "여보!"라는 아내의 비명 소리에 놀라 퍼뜩 정신을 차렸다. 김씨의 차는 중앙선을 침범해 지그재그로 주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다른 차가 없어 큰 사고는 피했지만 김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르면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름 휴가철 여행길에서 김씨처럼 졸음운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졸음 운전자들이 갈짓자 운행으로 주변 차량 탑승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일이 잦으면서 운전자(Driver)와 좀비(Zombie)를 합친 '드롬비'(Drombie)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졸음운전을 할 경우 인지능력과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1~2초만 졸아도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1만72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57명이 사망하고 2만55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루 평균 6.8건의 사고가 발생해 0.3명이 사망하고 13.7명이 부상을 당하는 셈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각 968건, 948건으로 졸음운전 사고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체력이 떨어지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데다 차 안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틀면 실내 산소가 부족해 졸음운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졸음운전은 충격 직전까지도 운전자가 무의식 상태인 까닭에 차량에 제동을 전혀 가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사고 피해가 훨씬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4시간동안 잠을 안자고 운전을 하면 혈중알콜농도 0.17%의 만취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고, 시속 100㎞ 속도로 진행시 2~3초간 차량은 약 80m가량 주행해 음주운전 치사율보다 12배가 높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자주 순환시켜주고 최소 2시간마다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하며 피로감이 심할 경우에는 휴게소나 졸음쉼터 등에 차를 세워놓고 10~20분 정도의 토막잠을 자는 방법을 권장했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장거리 운전을 할 경우 사전에 차량 점검을 하듯이 운전자 자신의 컨디션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날 과음을 하거나 과로를 했다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졸음운전 사고 7~8월 최다···'드롬비' 되지 않으려면

  또 최근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해 버스 기사의 과로 운전에 대한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일 50대 부부가 사망하고 16명이 다친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7중 추돌사고와,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3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모두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상해만 입혀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반면 졸음운전 사망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최대 형량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졸음운전으로 42명의 사상자를 낸 버스 기사 방모(57)씨는 1심에서 금고 4년, 항소심에서 금고 4년6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하다 사망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26일 해당 버스 업체 대표 최모(54)씨를 소환했으며 조사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운전자뿐만 아니라 휴식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외국에 비해 졸음운전 처벌 수위가 많이 약하다. 특히 버스기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빠듯한 배차 간격을 맞추려면 실제 현장에서 휴식시간 보장이 불가능해 졸음운전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휴게시간 보장 법규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과 달리 졸음운전은 졸음의 정도를 측정할 수 없고 고의성 입증도 어려워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 강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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