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중일 연주자가 빚은 러시아 감성의 위로
【평창=뉴시스】 김다솔(피아노), 마유 키시마(바이올린), 지안 왕(첼로),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D단조 op.32. 2017.07.27.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26일 밤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4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 저명 연주가 시리즈 첫날 마지막을 장식한 세 사람의 아렌스키 피아노 트리오 1번 D 단조 op.32는 정치적인 비유나 은유를 떠나 음악 본연의 힘을 보여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200을 기념하는 한중일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동아시아권에서 이어지는 올림픽 대회를 '문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바람이다.
쉽지 않은 한중일 정치역학의 뻑뻑함은 이날 똬리를 틀 자리가 없었다. 특히 3악장에서는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로 위로가 찾아왔다.
첼로가 도드라지는 이 악장에서 지안 왕은 장엄하고 처절한 소리로 밑그림을 그렸다. 마유 키시마는 대나무 숲처럼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듯한 지안 왕의 첼로 소리 사이에 바이올린으로 난을 치듯 연주했다.
【평창=뉴시스】 손열음(피아노), 김다솔(피아노), 노먼 크리거(피아노), 신수정(피아노), 스메타나의 단악장 소나타 E단조, 젊은이를 위한 론도 C장조. 2017.07.27.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3악장은 아렌스키가 첼리스트 칼 다비도프의 죽음을 기리며 그에게 헌정한 악장이다. 서정적이고 애수적인 분위기의 곡을 주로 쓴 아렌스키의 정수가 녹아 있다.
악장 내내 침울한 분위기는 하지만 막바지에 긍정의 기운을 머금고 솟구친다. 이를 받아 4악장은 이내 밝고 힘차진다. 세 동아시아권 연주자들이 빚어낸 한(恨)의 화음이 러시아의 식 감성으로 승화돼 위로를 안긴다.
4악장은 이전 악장의 테마들이 유령처럼 등장하는데, 미려하게 더 장식돼 있다. 3국을 망령처럼 떠도는 아픈 순간들이 이날 무대에서만큼은 피해갔다.
【평창=뉴시스】 손열음(피아노), 조성현(플루트), 김한(클라리넷), 생상스의 타란텔라 A단조 op.6. 2017.07.27.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이날 포문을 연 스메타나의 단악장 소나타 E 단조와 젊은이를 위한 론도 C 장조은 거장 피아니스트와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만남만으로 화제가 됐다.
두 대의 피아노와 8손을 위한 작품들인 두 곡은 2대의 피아노에 각각 나눠 앉은 노먼 크리거와 신수정, 손열음과 김다솔의 호흡에 신선한 생명력을 얻었다.
【평창=뉴시스】 노먼 크리거(피아노), 보리스 브로프친(바이올린), 신지아(바이올린), 쇼스타코비치·아토프미얀의 다섯개의 소품. 2017.07.27.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이날 방송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채팅창에 어느 네티즌은 "프로그램 괜찮네요. 너무 무겁지도 않고. 오히려 초보자들에게는 정기 연주회 또는 초청 연주회보다 보다 나은 듯"이라고 썼다.
김다솔, 지안 왕, 마유 키시마가 이날 아렌스키 피아노 트리오 1번 D 단조 뒤에 마지막으로 들려준 앙코르는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었다. 서정적인데 과잉으로 흐르지 않는, 절제미가 인상적인 이 곡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균형과 조화의 방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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