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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음식점 단속에 절망한 26살 청년의 '극단적 선택'

등록 2017.08.01 09: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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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반복된 단속을 당해 온 황승우(26)씨가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lkh@newsis.com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반복된 단속을 당해 온 황승우(26)씨가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email protected]

"벌금과 단속 걱정하던 아들, 장사 준비하던 현수막으로 목 메 숨져"
 결혼까지 미루고 식당 영업재개할 생각에 청소까지 열심히 했는데···"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아버지 아들인게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가게가 잘 될 수 있도록 수호신이 될게요"

 26살 황승우씨는 지난 30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막국수집 주방에서 목을 메 숨진 채 발견됐다. 이곳은 아버지 황선남(65)씨와 지난 2015년 희망을 품고 문을 연 가게였다.

 건물주의 운전기사로 시작해 세를 얻어 희망을 품고 시작한 막국수 집은 인상이 서글서글한 부자의 웃음과 열의로 그나마 장사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곳은 팔당상수원 환경정비구역으로 남양주시와 의정부지검이 지난해 부터 단속을 벌여 음식점을 운영하던 7명이 구속됐다.

 황씨가 운영하던 막국수 집도 단속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단속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은 결국 음식점 문을 닫았다.

 문제는 수입은 없는데 검찰이 내린 벌금 3000만원과 남양주시의 이행강제금 3690만원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에 부쳤다. 주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는 커녕 벌금과 과태료도 낼 수 없었다.

 결국 승우씨는 주변 지인과 카드빚을 내 휴가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소시지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하기로 했다. 교제하던 여자친구와는 결혼도 미뤘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강유역환경청이 휴가철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집중단속을 하면서 승우씨의 노점상도 손해만 본 채 접게 됐다. 승우씨는 지인들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찍힌 채 절망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환경청에서 일부 원주민들에 대해서는 음식점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줄기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승우씨는 다시 장사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닫았던 음식점의 주방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환경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이같은 희망도 오래가지 못했다. 승우씨는 청소를 위해 음식점을 찾았다가 이같은 소식을 접했다.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반복된 단속을 당해 온 황승우(26)씨가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lkh@newsis.com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반복된 단속을 당해 온 황승우(26)씨가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email protected]

음식점 앞에는 독촉장이 쌓여 있었고 결국 승우씨는 자신이 청소해 오던 주방에서 노점상에 걸어 둔 현수막에 목을 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승우씨는 목을 메는 순간에도 수사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아버지를 걱정했다. A4용지 2장짜리 분량에는 "수사도 두려울 뿐더러 잘 산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라고 썼다.

 지난달 31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승우씨의 장례시장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승우씨의 아버지는 "사람이 살 수 있게 몰아 부쳐야지 정부가 갈 곳 없이 벼랑 끝까지 아들을 내몰아 끝내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며 흐느꼈다.

 그는 "빚까지 져가며 살아보겠다고 노점상 하나 차렸는데 이마저도 단속 당한다는 두려움과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끊어진 상태에서 이곳저곳 독촉까지 아들이 견뎌야 하는 짐이 너무 컸다"며 "아버지의 수호신이 된다는 아들의 마지막 말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승우씨의 지인은 "불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신고를 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 규제를 하고 이를 빌미로 단속을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원주민들을 죽이기 위한 반복된 악행"이라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조금이라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한편 조안면 주민들은 1일 오전 상여집회를 열기로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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