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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복된 음식점 단속에 절망한 26살 청년의 '극단적 선택'

등록 2017.08.01 10:52:32수정 2017.08.01 14: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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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lkh@newsis.com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승우씨의 영정사진. 2017.08.01. [email protected]

"벌금과 단속 걱정하던 아들, 장사 준비하던 현수막으로 목 메 숨져"
 결혼까지 미루고 식당 영업재개할 생각에 청소까지 열심히 했는데···"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아버지 아들인게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가게가 잘 될 수 있도록 수호신이 될게요."

 26살 황승우씨는 지난 30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막국수집 주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곳은 아버지 황선남(65)씨와 지난 2015년 희망을 품고 문을 연 가게였다.

 건물주의 운전기사로 시작해 세를 얻어 희망을 품고 시작한 막국수 집은 인상이 서글서글한 부자의 웃음과 열의로 한동안 제법 장사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곳은 팔당상수원 환경정비구역으로 남양주시와 의정부지검이 지난해 부터 단속을 벌여 음식점을 운영하던 7명이 구속됐다.

 황씨가 운영하던 막국수 집도 단속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단속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은 결국 음식점 문을 닫았다.

 문제는 수입은 없는데 검찰이 내린 벌금 3000만원과 남양주시의 이행강제금 3690만원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에 부쳤다. 주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는 커녕 벌금과 과태료도 낼 수 없었다.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현장에서 발견되 승우씨의 유서. 2017.08.01. lkh@newsis.com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현장에서 발견되 승우씨의 유서. 2017.08.01.  [email protected]

결국 승우씨는 주변 지인과 카드빚을 내 휴가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소시지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하기로 했다. 교제하던 여자친구와는 결혼도 미뤘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한강유역환경청이 휴가철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며 지난 7월 집중단속을 하면서 승우씨의 노점상도 손해만 본 채 접게 됐다. 승우씨는 지인들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찍힌 채 절망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환경청에서 일부 원주민들에 대해서는 음식점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줄기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승우씨는 다시 장사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닫았던 음식점의 주방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환경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이 같은 희망도 오래가지 못했다. 승우씨는 청소를 위해 음식점을 찾았다가 이 같은 불허 소식을 접했다.

 음식점 앞에는 독촉장이 쌓여 있었고 결국 승우씨는 자신이 청소해 오던 주방에서 노점상에 걸어 둔 현수막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수사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아버지를 걱정했다. A4용지 2장짜리 분량에는 "수사도 두려울뿐더러 잘 산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라고 썼다.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조안면 주민들이 상여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2017.08.01. (사진=독자 제공) lkh@newsis.com

【남양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승우(26)씨가 관할 지자체와 검찰의 반복된 단속과 벌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조안면 주민들이 상여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2017.08.01.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 7월31일 오후 뉴시스 기자 등이 찾은 승우씨의 장례시장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황승우씨의 아버지는 "사람이 살 수 있게 몰아 부쳐야지 정부가 갈 곳 없이 벼랑 끝까지 아들을 내몰아 끝내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며 흐느꼈다.

 그는 "빚까지 져가며 살아보겠다고 노점상 하나 차렸는데 이마저도 단속 당한다는 두려움과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끊어진 상태에서 이곳저곳 독촉까지 아들이 견뎌야 하는 짐이 너무 컸다"며 "아버지의 수호신이 된다는 아들의 마지막 말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승우씨의 지인은 "불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신고를 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 규제를 하고 이를 빌미로 단속을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원주민들을 죽이기 위한 반복된 악행"이라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조금이라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 2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조안면사무소에서 운길산역까지 상여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조안면 주민은 "기존에 비해 5~6배 이상의 벌금을 부과해 동네에서 장사하는 원주민들은 제2의, 제3의 승우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한 분위기"라며 "새 정부가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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