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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경북] <하>돈 준다고 애 낳겠느냐?···중앙정부 나서야

등록 2017.08.07 09: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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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인구소멸지수 전국 1위인 의성군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노인복지비는 의성군이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지방세보다 많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의성군 춘산면에서 열린 경로잔치 및 체육대회에서 김주수 의성군수와 노인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2017.08.07 (사진= 의성군 제공) photo@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인구소멸지수 전국 1위인 의성군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노인복지비는 의성군이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지방세보다 많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의성군 춘산면에서 열린 경로잔치 및 체육대회에서 김주수 의성군수와 노인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2017.08.07 (사진= 의성군 제공) [email protected]

의성군, 지방세로 노인복지비 감당 못해
기업유치·6차 산업이 해결 위한 첫걸음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에서 지난 10년간 감소된 젊은여성 인구는 대부분 자연감소가 아닌 타 지역 유출입니다.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의성군은 지난 10년간 젊은여성 인구가 49% 순유출됐어요." 

 6일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출산율보다 젊은 여성 인구의 유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의성 뿐만 아니라 군위와 예천, 봉화, 영양, 청송도 젊은 여성 인구가 30~40% 순유출됐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가까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역쇠퇴 가속화의 한 요인이다. 그래서인지 정주여건만 좋아진다고 젊은층이 유입될 것이라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자녀교육을 이유로 안동이나 구미,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장하면 그때서야 고향을 찾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나이 들면 병원과 교통이 편리한 도시로 옮겨 거주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러니 갈수록 농촌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고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변화원 의성군 기획실장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고령화 및 지역쇠퇴는 불가피한 구조라고 역설했다. 젊은 여성을 비롯해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소비위축과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수 감소는 폐교와 학원 폐업 등 교육수준 저하로 이어지면서 또다시 젊은층이 농촌을 떠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고령화는 노인복지비 등 남은 젊은이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의 증가 요인이다.

 실제 의성군이 최근 3년간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한 노령연금은 100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로당 지원비 58억원, 노인일자리 창출 68억원, 노인대학 운영비 2억7000여 만원, 노인목욕권  1억9000여 만원이 투입됐다. 연평균 379억원 꼴이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6.7%에 불과한 의성군이 지난해 거둬들인 지방세 340억원보다 많다.

 때로는 농촌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국책사업이나 법규가 농촌지역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농업기술원을 의성으로 유치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지만 인력 수급성과 접근성 때문에 실패했다"며 "이렇게 되면 농촌지역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국가시설을 유치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인구소멸 극복은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촌현실 무시한 법규···출산정책에 역행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의성군 점곡면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여름방학식 후 환호성을 지르며 귀가하고 있다. 전교생이 17명인 점곡초는 6학년생 5명이 내년 2월 졸업하면 내년에는 입학 대상이 없어 12명으로 학교를 꾸려가야 한다. 2017.08.07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의성군 점곡면 점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여름방학식 후 환호성을 지르며 귀가하고 있다. 전교생이 17명인 점곡초는 6학년생 5명이 내년 2월 졸업하면 내년에는 입학 대상이 없어 12명으로 학교를 꾸려가야 한다. 2017.08.07  [email protected]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의성군은 자치단체에서 지원이 가능한 산후조리원 설치를 검토했다. 그러나 1시간 거리에 산후조리원이 있으면 개설을 허가하지 못한다는 모자보건법 규정에 제동이 걸렸다. 의성은 안동과 30분대 거리에 있어 산후조리원 설치가 불가능하다. 군위도 대구와 1시간 내 거리라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성군은 최근 의성읍 등 9개 지구에 종합문화센터 건립, 단밀면 만경촌 도농교류센터 조성, 8개 지구에 생태경관 조성 등 정주여건을 개선했다. 중장기적으로 풍력발전단지·태양광발전단지·플라즈마 발전소 유치, 세포배양 이노베이션 허브센터 구축 등을 통해 젊은층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출산장려 정책도 활발하다. 첫째아이가 태어나면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출산시 1800만원을 지급한다. 5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오감놀이방, 9세 이하 아동을 위한 키즈카페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기획실에 '지역인구정책계'를 신설해 인구증가 정책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의성군은 지난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저출산 극복 뉴-베이비붐 선도 지자체 공모'에서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5년간 의성에 귀농·귀촌한 사람은 2589명으로 경북 1위(전국 4위)다. 하지만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직장인 김모(44·여·의성읍)씨는 "출산축하금을 많이 준다고 아이를 낳겠느냐.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되면 결국 어느 순간 인근 대도시로 빠져 나갈 수밖에 없다"라며 증액 추세인 출산축하금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주민 최모(63·의성읍)씨는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적응을 하지 못해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며 퇴직자 위주의 귀농귀촌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근에는 대구통합공항 유치 문제가 의성·군위의 인구소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부상했다. 소멸지수 1위 의성군과 3위 군위군의 공항 유치전은 그래서 더욱 치열하다. 각각 공항유치추진단을 만들어 주민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비후보지는 현재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 공동지역과 군위 우보면 단독지역으로 압축된 상태이다.  

 "군위군 면적은 서울보다 900㏊가 더 넓은데 인구는 고작 2만4000명입니다.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군위군도 수십 년 후 소멸되겠지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젊은이들이 여기서 자식을 낳아 길러도 된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최선책이 공항유치입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K2·대구통합공항 유치만이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신공항이 유치될 경우 막대한 이전자금이 들어오고, 추후 군위가 대구 후적지로 개발되면 최소한 10년, 길면 20년 내에 30~40조원이 군위지역에서 회전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인구유입 효과는 1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소음공해가 있는 지역은 공업지구 또는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하고, 비행기 정비창 등을 유치하면 생산성은 배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 대구통합공항 유치에 사활건 의성·군위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대구통합공항이 인구소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부상하면서 소멸지수 1위 의성군과 3위 군위군의 공항 유치전은 치열하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통합신공항 군위소보·의성비안 공동유치위원회' 류병찬(왼쪽)·김인기 공동위원장이 '대구통합신공항은 소보·비안으로'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7.08.07 (뉴시스 DB 2017.06.22)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대구통합공항이 인구소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부상하면서 소멸지수 1위 의성군과 3위 군위군의 공항 유치전은 치열하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통합신공항 군위소보·의성비안 공동유치위원회' 류병찬(왼쪽)·김인기 공동위원장이 '대구통합신공항은 소보·비안으로'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7.08.07 (뉴시스 DB 2017.06.22)  [email protected]

  그렇지만 현실은 김 군수의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다. 공항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김 군수를 '주민소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0월이면 김 군수를 주민소환하기 위한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 지역소멸 해소 방안으로 젊은층 유입을 위한 기업유치를 먼저 거론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농촌지역을 선호하는 기업이 적어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농촌지역에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토지무상 제공, 법인세 대폭 인하 등 대도시 인근 지역보다 파격적인 특혜 부여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농촌지역에 농공단지를 많이 만들었지만 실패도 많습니다. 땅값 문제를 비롯해 교통여건, 구인난 때문입니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업유치도 필요하지만 농업의 6차산업이 중요합니다. 연수입이 억대인 농민들 중 상당수는 시설원예나 스마트농법이 가능한 고학력의 젊은이들이입니다. 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과 여건만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젊은층이 유입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인구절벽 해소 카드로 6차 산업을 제시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단순히 생산만 하던 농촌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품 가공은 물론 인터넷 등을 이용한 판매 마켓팅까지 함께하는 산업이다. 고령의 노인들이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구절벽 문제를 더 이상 해당 지자체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성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소멸에 대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있는 별로 없다"며 "중앙정부가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과감한 정책을 시행해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강력한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국회 이전 등 근본적인 수도권 이전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없는 땜방식 처방은 '언발에 오줌누기'와 다를 바 없다"며 "지방분권에 대한 정치철학, 교육철학이 있어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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