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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의 크로스로드]민주공화국의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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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8-08 05:00:00  |  수정 2017-08-08 17: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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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사진
공동체의 자유를 보장키 위해
고대부터 시민군(軍) 제도 활용
군대에서 법을 엄정히 지킬 때
시민들의 안녕과 자유도 가능

【서울=뉴시스】 정문재 부국장 겸 미래전략부장 =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전사(戰士)였다. 그는 침착하고, 용감하게 싸웠다. 방패로 전우를 보호하는 동시에 칼로 적을 쓰러뜨렸다. 공격할 때는 선두에 섰고, 후퇴할 때는 질서정연한 퇴각을 이끌었다. 숱한 전투에서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다.

 소크라테스는 포티다이아 전투에서 귀족 청년 알키비아데스를 구했다. 알키비아데스는 나중에 장군으로 전쟁을 지휘했지만 그 당시에는 풋내기 청년 병사에 지나지 않았다. 알키비아데스는 "적의 기습 공격에서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BC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다. 위대한 철학자도 병사로 참전했다. 잇단 해외 원정에 동참했다. 중무장 보병으로 사모스, 포티다이아 공격에 앞장섰다. 그의 지혜는 전쟁터에서도 빛을 발했다.

 BC 5세기 후반 아테네는 수시로 해외 원정에 나섰다. '팍스 아테니엔시스(Pax Atheniensis)', 즉 아테네 제국에 의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테네는 그리스에서 과두정치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로서 전쟁에 회의를 품었다. 아테네는 "그리스를 위해서!"라고 외쳤지만 그리스 동포의 목숨이나 이익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아테네 영토를 확장하고, 동맹국들로부터 조공을 늘리는데 골몰했다.

 철학자의 생각과 시민으로서의 의무는 별개였다. 소크라테스는 참전을 아테네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여겼다. 아테네를 위해 칼과 창을 들었다. 다른 아테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국가는 전사(戰士) 공동체였다. 시민이 곧 군인이었다. 평화로울 때 시민들은 전쟁에 대비해 체력을 단련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시민은 즉시 군인으로 바뀌었다.

 아무나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무기를 장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시민 자격을 제한됐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돈으로 칼과 방패, 투구를 장만했다. 귀족도, 평민도 예외는 없었다.

 열여덟 살에서 서른 살 사이의 아테네 시민은 병역 의무를 졌다. 전쟁이 일어나면 예순 살 이하의 성인 남성도 군인으로 소집됐다.

 참전 비용은 개인이 부담했다. 무기는 물론 텐트 비용까지 각자 책임이었다. 돈이 많으면 큰 천막을 마련했다. 그렇지 못하면 남의 천막을 함께 쓰거나 모닥불 주변에서 몸을 녹였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는 같은 천막을 사용했다. 평민과 귀족으로 신분은 달랐다. 하지만 당번병과 장교의 관계는 아니었다. 동료로서 천막을 공유했다. 끈끈한 전우애가 샘물처럼 솟아났다.

 아테네의 시민군(軍) 제도는 개병주의(皆兵主義)의 원형이다. 시민이라면 예외 없이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킨다.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다. 병역은 공동체에 대한 참여이자 헌신이다.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을 위한 봉사가 결코 아니다. 힘은 들지만 자부심은 넘쳐난다.  

 마키아벨리를 비롯한 공화주의 사상가들은 시민군 제도를 열렬히 지지했다. 개인 및 공동체의 자유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병(私兵)이나 용병으로는 불가능하다.

 무력만으로는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 법에 의한 통제는 필수다. 공화국은 법으로 군(軍)의 운영을 규제한다. 그래야 공동체의 자유와 안녕을 지킬 수 있다. 지휘관이 법을 무시한 채 병력을 운영하면 시민군은 사병(私兵)으로 전락한다. 사병은 자신의 주인만을 쳐다본다. 시민들의 자유나 권리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장군들의 갑질 행태에 비난이 들끓는다. 당번병이나 경계병을 사병처럼 부렸다. 왕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에서는 사병(私兵)을 허용하지 않는다. 명백한 위법 행위다.

 아직도 병영에서는 권위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사회는 바뀌었는데 병영문화는 그대로다. 상급자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저 명령만 따를 뿐이다. 위법 여부는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군대는 언제라도 공동체의 자유를 위협한다. 나쁜 군대다. 당연히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한다.

 마키아벨리는 "모든 국가의 주요한 토대는 좋은 법과 좋은 군대"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좋은 군대를 갖고 있는 것일까? 정치 지도자들과 군 지휘관들이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다.

참고문헌
1)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 김경희 옮김. 1994. 군주론. 까치글방.
2)조승래 지음. 2010. 공화국을 위하여. 길
3)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2012. 아테네의 변명. 옥당.

 timo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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