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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근로정신대 할머니들 광복절 앞두고 전범기업 상대 손배소 승소

등록 2017.08.11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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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김재림(87·여) 할머니, 고 오길애 할머니의 유족 오철석씨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8.11.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김재림(87·여) 할머니, 고 오길애 할머니의 유족 오철석씨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8.11.   [email protected]


 "조직적 기망과 협박으로 데려가"
 "안전·보호의무 방기한 불법행위"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오는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株式会社)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그 동안 광주·전남 지역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미쓰비시를 상대로 총 3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3건 모두 승소했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상연)는 11일 오후 법정동 403호 법정에서 열린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7·여) 할머니 등 4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금액 1억5000만원) 소송에서 미쓰비시는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 1억2000만원, 1억5000만원 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중 1명은 유가족이다.
 
 김 할머니 등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 수 있다.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며 반년에 한 번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등의 말을 믿고 근로정신대에 지원했다.

 하지만 옛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엄격한 감시 아래 비행기 페인트칠, 부속품 다듬는 일 등의 작업에 종사했으며 급여 또한 지급받지 못했다. 자유로운 외출이 금지됐으며,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검열을 받아야 했다.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 군수산업체였던 옛 미쓰비시중공업은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전쟁 수행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인력 동원 정책에 적극 편승해 인력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정신대에 지원해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진학시켜 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취지의 거짓말로 근로정신대에 지원할 것을 회유하거나 부모의 의사에 반해 지원토록 하고, 부모의 반대로 지원을 철회하려 하면 협박을 통해 지원의사를 유지하게 해 원고 등을 일본으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 등은 장차 일본에서 처하게 될 노동내용이나 강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조직적인 기망과 협박에 의해 일본으로 연행된 뒤 엄격한 감시 아래 위험하고 혹독한 노동에 강제로 종사하면서도 열악한 숙소와 부실한 음식만을 제공받았을 뿐 급여조차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옛 미쓰비시중공업이 침략전쟁을 위한 전쟁물자의 생산에 원고 등을 강제로 동원하고 노무제공을 강요한 행위는 당시 일본국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에 적극 동참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여성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한 뒤 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동남해지진 당시 어떤 안전조치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부상당한 사람을 방치한 것은 여성이나 아동을 강제노동은 물론 위험한 업무에 종사시키지 말아야 할 의무, 안전배려의무 내지 보호의무까지도 방기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로 원고 등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옛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들의 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피고와 옛 미쓰비시중공업은 실질에 있어서 동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미쓰비시가 '대한민국과 일본 간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에 따라 자신들에 대한 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는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됐다 보기는 어려운 만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항변에 대해서는 "원고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해사유가 있었다 봐야 한다.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미쓰비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차 손해배상 소송은 2014년 2월27일 소송을 제기한 지 35개월 만인 지난 1월13일 첫 재판이 열렸다.

 소장 접수를 거부한 미쓰비시 측이 재판부에 정식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절차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미쓰비시 측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3차례나 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2014년 12월에는 '소장 중 한 페이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2015년 5월에는 '원고의 상세한 주소가 누락됐다'며, 지난해 3월에는 '법원 주차시설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일본어 번역이 안돼 있다'는 이유로 소장을 되돌려 보냈다.

 이후 재판에서 미쓰비시 측 변호인은 관할 문제와 함께 행위 당시 회사와 현재의 회사는 별개임을, 예비적으로는 시효 소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5월~6월 광주·전남·대전·충남 지역에서 당시 13~15세 어린 소녀 약 300명을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했다.

 이들은 해방이 될 때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중노동을 강요당했다. 광주·전남에서 동원된 6명의 소녀들은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지진 당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 신고된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유족 포함)는 지난해 기준 광주 16명, 전남 29명 등 총 45명이다.
  
 이 중 소송에 참여중인 생존 피해자들은 총 8명으로 평균 연령은 86.8세이다. 양영수·김성주 할머니가 88세로 가장 고령이다. 이동련(87)·박해옥(87)·김재림(87)·심선애(87)·양금덕(86)·김영옥(85) 할머니 등도 85세를 넘겼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총 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제기한 1차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지난 8일에는 김영옥 할머니와 고(故) 최정례(사망 당시 15세)씨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3)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3차 소송에서 승소했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14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며, 이 중 3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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