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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응팔 '어남류'처럼 검찰 '어수윤'도 성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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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8-17 15:45:33  |  수정 2017-08-17 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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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전날 장안의 화제는 '어남류'였다. 배우 류준열과 혜리의 열애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이 연애 소식에 대중들이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결말과 실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응팔'에서 류준열은 박보검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혜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했고, 팬들은 '어남류!(어자피 남편은 류준열)'를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승자는 박보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응팔'을 시청하며 까칠한 듯하면서도 상대를 챙겨주는 류준열이 혜리의 남편이 되길 응원했다. 결국 박보검이 승자가 돼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어남류'가 이뤄졌다는 소식에 다른 시청자들처럼 반가운 마음이 든 모양이다.

 '어남류'가 하루 종일 주요 포털의 상위검색어를 차지하며 화제였다면, 검찰에선 '어수윤'이라는 신조어가 곧 회자될지 모르겠다. '어자피 수사는 윤석열 라인'의 줄임말이다.

 17일 서울중앙지검은 2, 3 차장과 부장급 간부들을 새로 맞았다. 모두들 새로운 각오를 갖고 각자 부임지에 들어섰을 것이다. 그런데 첫 출근한 중간간부들의 면면을 보면 '어수윤'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는다.

 중앙지검의 2인자인 윤대진 1차장은 윤 지검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윤 지검장과 함께 '대윤과 소윤'으로 불릴 정도다. 신자용(45·28기) 특수 1부장, 양석조(44·29기) 특수3부장, 김창진(42·31기) 특수4부장은 모두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윤 지검장과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다.

 또 국정원 댓글 수사팀 소속이었던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은 선거와 정치 사건을 담당하는 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맡았다. 역시 국정권 댓글 사건팀이었던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도 노동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공공형사수사부장이 됐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 소속이었건 이복현, 단성한 검사도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입성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윤석열 라인'이 새로 구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같이 손발을 맞춰본 인물,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곁에 두고 쓰는 것 자체가 문제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 사람을 심는 일 자체가 수년간 검찰을 얼마나 골병들게 했는지를 돌아보면 다소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가까운 교훈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닌가. 우 전 수석이 많은 비판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국민보다 권력에 충성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본인이 가진 권한을 넘나들며 검찰에 자기 사람을 심었고, 이를 십분활용해 검찰과 수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 때 형성된 '우병우 라인'은 결국 박근혜 정권과 함께 몰락했다.

 드라마에서 '어남류'의 주인공 류준열은 혜리의 남편이 되는데 실패했다. 그러다가 결국 현실에서 연인이 되며 '진정한 성공'을 알렸다.

 검찰의 '어수윤'은 어떨까. '어차피 수사는 윤석열라인'이 하겠지만 최종 결과에서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이제 굵직하고 막중한 과제를 수행해야 할 '어수윤'들의 어깨가 무겁다. 몇몇 수사는 지난 정권의 치부를 다시 들춰내는 것이라 극심한 정치적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원론적이지만 '어수윤'을 둘러싼 잡음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병우 라인'처럼 막판에 몰락하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드러날 때까지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의도적인 수사의 지연이 있어서도 안된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사 전입 신고식에서 새 보직을 부여받은 검사들에게 건넨 '당부말씀'이다.  '어수윤'이든 아니든 이 시기 검사들 모두 귀담아 들을 만하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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