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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시각장애인들 위해 릴루미노에 계속 지원 해줬으면···"

등록 2017.08.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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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릴루미노' 팀의 조정훈 CL(크레에이티브 리더)이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릴루미노' 팀의 조정훈 CL(크레에이티브 리더)이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창의력·혁신으로 만든 릴루미노 앱,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따뜻한 선물'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던 사물 뚜렷해져…'2억4000만명의 세상을 향한 빛'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시각장애 학생들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VR(가상현실)이 저시력자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기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릴루미노 앱을 보면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확대독서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김찬홍 한빛맹학교 선생님)

 "어? 이거 신기해요. 머리가 단발머리네. 엄마? 엄마야?" 한빛학교의 한 여자아이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Relúmĭno)' 앱을 실행시킨 기어 VR을 착용한 뒤에야 어머니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윽고 한 여성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렀다.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 3명이 개발한 앱이다.

 시작은 작년 6월부터였다. 조정훈 책임은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개발 부문에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었던 셈이다. 그때 그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 다른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 세계 시각장애인 중 86%(2억4000만명)는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저시력장애를 갖고 있다.

 조 책임은 92.1%의 시각장애인이 여가활동으로 TV시청을 선호한다는 점, 71%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후 스마트폰과 VR 기기를 접목해서 저시력장애인이 명확하게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는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여러 기사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는 등 배경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저시력장애인을 위한 시각보조기기의 경우 1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기기로 혜택을 받는 수는 극소수라는 점도 알게 됐다.

 그가 만든 아이디어는 지난 5월 삼성전자의 C램 과제로 선정됐고, 6월부터 '릴루미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릴루미노는 비장애인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삶의 즐거움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빛을 되돌려준다'는 뜻의 라틴어다.

 3명이라는 소수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지난 9월에 처음으로 프로토타입이 탄생했다. 이들은 복지관 등을 다니면서 제품을 다듬게 됐고, 기어 VR에 장착된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을 변환 처리해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주는 앱이 만들어졌다.
【서울=뉴시스】릴루미노 앱에서 부분시야모드 적용 시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릴루미노 앱에서 부분시야모드 적용 시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전맹(빛 지각을 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을 제외한 1~6급의 시각장애인들이 기어 VR을 착용하고 '릴루미노'를 실행하면 기존에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던 사물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릴루미노의 ▲윤곽선 강조 ▲색 밝기·대비 조정 ▲색 반전 ▲화면색상필터 기능은 백내장, 각막혼탁 등의 질환으로 인해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 있거나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이 글자나 사물을 볼 때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더불어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가 결손된 '암점'과 시야가 줄어든 '터널시야'를 가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미지 재배치 기능도 제공한다. 암점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은 주변 시야에 배치하고, 중심부만 보이는 터널시야는 보이지 않는 주변 시야를 중심부에 축소 배치해 비교적 정상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중앙대학교병원의 문남주 교수팀이 7개월에 걸쳐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안경이나 렌즈 등을 통해 0.1 수준이었던 최대교정시력이 0.8~0.9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0.1은 시력표 최상단에 있는 가장 큰 사이즈다.
【서울=뉴시스】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개발한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사용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개발한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사용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한빛맹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김찬홍씨는 시각장애 2급이다. 안경을 쓰고 왼쪽 눈으로 가장 시력표 가장 상단의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그는 "이 사업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같은 시각장애인은 길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보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솔루션을 착용하고 보행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독서, 공부, TV시청 등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릴루미노 팀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7'에서 기어 VR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과 다른 시각보조기기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C랩 과제는 원칙적으로 1년 후 종료되지만 릴루미노는 이례적으로 1년 추가로 후속 과제가 진행할 예정이다. 릴루미노 팀은 VR에서 더 발전된 안경형태의 제품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현재 180개 과제가 수행됐고, 25개 C랩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참여 임직원 수는 750명에 달한다.

 스핀오프로 독립하게 되면 삼성전자로부터 최대 10억원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또 과정에 대한 실패도 용인된다. 실패율 90%가 도전 목표라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실패율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일 C랩 소장(상무)은 "독립하는 것은 회사를 나가는 것이지만 실패한 뒤에 다시 돌아온다면 경력에 오히려 추가 점수가 붙게 된다"며 "이러한 경험이 회사에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릴루미노의 경우 C램 최초로 2년차에 들어가게 되지만 내년에는 성과에 따라 사내 사업부로 이관이 될지 스핀오프가 될지 결정이 될 것"이라며 "릴루미노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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